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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사소한 규칙까지 지킨 초등학생에 뿌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얼마 전 인근 초등학교 운동회에 간 적이 있다. 여러가지 경기 중 출발선에서 달려와 일정한 지점에 놓인 카드를 뒤집어 보고 지시대로 물건이나 사람을 찾아 결승선으로 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경기가 진행되던 중 한 아이가 카드를 치켜든 채 구령대쪽에서 "교장선생님!" 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이미 이런 경기에 익숙한 교장선생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달렸고 1등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교장선생님, 여기가 아니라 저쪽 선에서부터 함께 뛰어야 해요" 라고 외치면서 교장선생님의 손을 이끌어 출발선까지 되돌아 갔다가 결승선을 향해 뛰어왔다.

결국 3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이 모습을 지켜본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큰 박수를 보내줬다.

얼마전 모 언론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질서와 규칙은 지키면 손해' 라고 응답한 학생이 50%를 훨씬 넘었다는 결과를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규칙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출발점으로 되돌아 온 아이를 보며 그런 걱정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봉집.안성 명덕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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