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시국선언 1심서 무죄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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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 4명에게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9일 있었던 전교조의 2차 시국선언 장면. [중앙포토]

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는 19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로 기소된 노병섭(45) 전북지부장 등 전교조 간부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교원노조법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및 집회·결사의 자유까지 제한한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시국선언에는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교사도 참여해 ‘교원노조의 활동’으로 단정할 수 없고, 공직선거법 등 구체적인 정치활동 제한규정에 위반되지 않았으며, 특정 정파를 지지·반대하거나 학생을 선동한 것도 아니어서 무죄”라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 사건 시국선언은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이고, 헌법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것에 불과하므로 정파 간 이해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편파적인 의견 표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국선언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학교장의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씨 등은 지난해 6월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명박 정권의 독단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교조와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이날 판결을 반겼다. 반면 전교조 교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시·도교육청에 강력 징계를 주문했던 교육과학기술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시국선언과 관련된 첫 선고여서 징계절차가 마무리된 14개 교육청이 속한 지역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6월과 7월 “교사의 정치활동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등 공익에 반한다”며 국가공무원법·교원노조법·교육기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간부 8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같은 해 12월 징계를 거부한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시국선언을 주동한 55명에 대한 중징계를 완료했다.

교과부는 특히 3월 전면 도입 예정인 교원평가제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제도 도입에 반발하는 전교조가 또 시국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상반기 노동부가 개정하는 교원노조법에도 변수가 될까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교과부는 “교육공무원 징계는 형사상 유죄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심, 3심이 남아 있다”며 “행정부로서 할 수 있는 법률 해석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교과부는 시국선언 교사 무죄 판결이라는 법원의 뜻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박성우·이원진 기자,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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