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연방 선관위가 선거 종료 이틀 만인 26일 오후(현지시간) 군소야당 연합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후보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물리치고 승리했으나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다음 달 8일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국영TV를 통해 "코슈투니차 후보가 약 48%를 득표, 밀로셰비치에 8%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며 "그러나 과반수 미달이어서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고 공표했다.
이에 대해 밀로셰비치측은 "개표 결과가 공표된 만큼 그에 승복해야 한다" 며 결선투표 참여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당선을 선언한 코슈투니차 후보는 "집계가 날조됐으며 결선 투표를 거부하겠다" 고 밝혔다.
야당연합측은 "자체 집계 결과 코슈투니차가 55%를 득표했으나 밀로셰비치 측근들로 구성된 선관위원들이 과반수에서 2%가 모자라도록 수십만표를 조작했다" 고 주장했다.
코슈투니차는 이날 "정권 교체 투쟁에 돌입한다" 고 선언했으나 밀로셰비치가 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우려한 듯 비扁?투쟁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베오그라드.노비사드.니슈 등 주요 도시에선 사흘째 수만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반(反) 밀로셰비치 시위를 벌였다.
세르비아 정교회 파블레 총주교는 이날 코슈투니차를 만난 뒤 "여당은 투표에서 나타난 국민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군과 경찰에게 "국민의 편에 서 달라" 고 요구했다.
유고 연방에 속한 몬테네그로 공화국의 필립 부야노비치 총리도 결선투표 거부와 정권 퇴진운동 가세 의사를 밝혀 코슈투니차 지지세력은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코슈투니차가 결선투표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선투표가 실시되면 야권표를 결집할 수 있는 코슈투니차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치 분석가들은 그러나 결선투표를 받아들이면 밀로셰비치에게 다시 한번 부정선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코슈투니차가 투표거부를 밀고나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