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년 평가 <하> 엄청난 기대 … 미미한 진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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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와 반대는 각각 49.1%, 44.5%다. 최근 갤럽 등 10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합산한 결과다. 1년 전엔 70%와 14%였다. 반대보다 찬성이 많으니 낙제점은 아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냉장고에 붙여놓을 만한 성적표는 아니다”는 게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 피터 브라운 부소장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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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경제위기 극복=오바마 정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출범했다. 경제위기는 집권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오바마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그만큼 경제위기 극복은 오바마의 과제였다. 오바마는 취임 초 7870억 달러(약 880조원)를 경기부양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경제전문가 43명 중 34명이 “침체가 끝났다(전미실물경제협회 조사)”고 답할 정도가 됐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두 자릿수(10%)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가 없다. 천문학적 재정적자도 걱정이다. 지난해 1조4200억 달러(약 1600조원)로 사상 최대규모다. 추가 부양을 막는 장애물이다. 그러니 “구호만 요란할 뿐 실적이 없다”는 야당의 반론이 먹힌다.

◆평가 엇갈린 건강보험, 아프간 파병=건보 개혁은 민주당의 숙원사업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신성호 박사는 “1930년대 사회보장법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추진 과정이다. 개혁안은 공화당 거의 전원의 반대 속에 상·하원을 통과했다. 보수층 반발로 국론이 분열됐고, 이념적 양극화는 골이 깊어졌다.

아프간 미군 증파는 민주당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반겼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오바마 정책 중 유일하게 잘한 게 아프간과 이라크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를 걷어내고 다자협력주의를 내세워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했다. 그걸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북한·이란 핵 해결, 중동 평화, 중국·러시아와의 동반자 관계 구축 등 대외정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숙제로 남은 통합 정치=오바마는 취임 초 링컨·케네디·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았다. 통합을 바탕으로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들이다. 하지만 미국민의 평가는 냉정하다. 퓰너 이사장은 “좌편향인 오바마 정부는 모든 것을 국가가 간섭하겠다고 나선다. 우파가 설 땅이 없다”고 비판했다.

맨스필드재단 고든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보수층이 오바마를 히틀러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오바마가 흑인이어서 백인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로 갈리는 당파주의가 심해졌다”며 “오바마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오바마 취임 1년 평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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