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문가 2명 영입 … 쌍용차 재기 탄력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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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쌍용자동차가 현대차 출신 상품기획 전문가와 해외영업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재완(57·사진) 전 현대차 상품기획본부장(부사장)과 최종식(59) 전 현대차미국법인장이 새해 들어 쌍용차에서 각각 상품 및 연구소, 해외영업 총괄 부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들은 쌍용차가 올 하반기 출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200’의 상품성을 높이고 신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맡는다.

현대차 최고위층 출신이 경쟁사로 옮긴 이례적 케이스로, 이들의 영입에는 전 현대차 사장 출신인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의 역할이 컸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가세로 쌍용차의 품질이 한 단계 상승하고, 수출시장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상품 전문가다. 서울대 공업교육(자동차 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차에 입사해 33년간 연구소와 마케팅본부를 오가며 상품기획을 맡았다. 현대차의 신차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첫 독자모델인 ‘포니’부터 지난해 인기를 끈 신형 ‘쏘나타’까지 그가 손을 대면 상품성이 높아져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기아차 이형근 해외담당 사장과 함께 1980∼90년대 현대차 상품본부를 이끈 ‘투 톱’이었다. 2008년 말 사직했다.

도요타는 2005년 현대차의 제품 수준이 자사에 근접하자 현대차 조직을 분석했다. 이때 현대차의 상품본부가 상품성과 품질을 높인 경쟁력의 원천임을 알고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최 부사장은 30년 이상 해외영업을 전담해온 수출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7년 현대차에 입사해 줄곧 수출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80년대 중반 미국판매법인을 설립하고 2004년 미국법인장을 맡았다. 2005년 퇴사했다. 최 부사장의 가세로 쌍용차는 해외영업망 복구와 함께 북미 등 수출선 다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전직은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상품기획 전문가가 경쟁사로 옮긴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대차의 고위 퇴직자들은 대학 강단에 서거나 현대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게 관례였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120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압축성장을 통해 독자 기술과 생산공장을 확보했다. 2007년 ‘글로벌 톱6’에 진입하면서 연구소와 상품기획·마케팅 전문가들은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국가 자동차 업체의 스카우트 대상에 올랐다. 50∼60대 현대차 전·현직 임원들은 이런 압축성장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도요타의 품질·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이 90년대 이후 세계 자동차 업체의 스카우트 대상이 된 것처럼 현대차 주요 임원들도 스카우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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