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 "디지털 시대의 수출, 디자인으로 승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수출의 중요성이 다시 크게 대두되고 있다. 한동안 닷컴과 벤처열풍에 밀려 제조업 중심의 수출산업이 다소 빛을 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인구가 많고 특별한 부존자원이 적은 우리나라는 수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사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IMF 경제위기를 훌륭히 극복한 이유가 바로 수출의 뒷받침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제 수출 정책의 성패에 우리의 국운(國運)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우리만의 핵심역량을 선택하고 이를 중점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의 수출 핵심역량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1960년대에 우리 경제가 낙후했을 때는 양질의 노동력과 저임금이 수출을 위한 핵심역량이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는 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생산단가의 증가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나라들과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려면 기술개발과 품질관리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런데 기술수준이 더욱 고급화하고 생산구조도 첨단화해 1천억달러 정도의 대규모 수출시대에 이르러서는 다시 새로운 핵심역량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기술과 품질만으로는 자기만의 감성과 취향을 만족시켜 줄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디지털 시대의 소비 패턴에 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수출을 이끌어 갈 핵심역량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야말로 기술과 품질의 평준화를 뛰어넘어 소비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창출해 만족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경영 자원이다.

특히 온라인상의 전자상거래가 확대될수록 디자인은 국제적인 거래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웹을 통해 교류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정보의 수준과 질을 결정해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특히 부품 디자인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획일화한 부품을 사용하던 소품종 대량생산 때와는 달리 맞춤형 생산의 성패는 부품과 파트의 디자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제품을 조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부품과 파트의 결합이 요구된다. 디자인이 잘된 부품은 그 자체의 원가 절감은 물론 완제품의 고급화로 이어진다.

이제 다시 국민소득 1만달러, 1천억달러 수출시대를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특히 전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많은 벤처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는 IT산업의 경쟁력은 디자인을 통해 높일 수 있다.

최근 우리 디자인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Ⅲ와 관련한 특별 전시와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고, 내년에는 디자인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산업디자인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모처럼 맞는 이같은 호기를 잘 살려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유 브랜드로 세계적인 명품을 수출하는 디자인 한국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경원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