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내셔널 트러스트' 기금 20억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서울 서초구가 우면산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우면산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이 첫 결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시민에게서 모금한 돈으로 우면산의 토지를 구입해,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고 자연을 지키자는 운동이다.

소가 누워 잠자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우면산(牛眠山.해발 293m)은 숲이 울창해 동식물의 서식처로는 물론 시민들의 등산 및 휴식처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이 지역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고시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아파트.주유소 등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자 서초구 조남호 구청장을 중심으로 각계 인사들이 동참하는 우면산 살리기 운동이 본격화했다. 김기수 전 검찰총장,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 법무법인 한백 여상규 대표, 고승덕 변호사, 성악가 임웅균, 가수 김창완, 성우 고은정씨 등이 특히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보대사로 위촉된 팝페라 테너가수 임형주가 기념공연으로 425만원을 모금한 데 이어 올해 초엔 이창호9단과 프로기사 10여명이 벌인 특별 다면기로 2537만원을 적립했다. 또 사랑의교회와 ㈜화성에스디지에서 1억원씩 내놓는 등 서초구내 기업과 주민.학생의 참여가 활발하다.

지난해 6월 재단법인(이사장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우면산 내셔널 트러스트'에 동참한 시민은 1만2000여명. 이들이 한푼 두푼 낸 정성은 10억원을 넘었고 서초구도 10억원을 내놓아 기금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서초구와 재단법인 측은 본격적인 부지매입 검토에 들어갔다. 우면산 도시자연공원은 총 155만평(250필지)으로 그 중 88%가 사유지다. 이 중 서초구와 재단법인이 매입해 보존하려는 사유지는 8950여평(34필지). 서초구 관계자는 "1차로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서초IC까지의 우면산 자락 중 도로에 접한 사유지 1158평(4필지)을 사들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우면산 자락에 아파트 등 건물이 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입로가 있는 곳이어서 이곳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들 토지를 사들이는 데 약 3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이달부터 토지 매입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입 대상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는 한편 땅 주인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호 서초구청장은 "소유주가 부지를 기증할 경우 소공원을 만들어 기증자의 아호나 요구하는 이름을 붙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땅주인의 동참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의 02-570-6385~7.

◆내셔널 트러스트=시민의 자발적인 모금과 기부로 기금을 모아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환경이나 문화자산을 사들여 보존.관리하는 환경운동.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운동은 스코틀랜드.호주.아일랜드.미국.일본 등 25개국으로 퍼졌다. 1907년 영국에서는 내셔널트러스트법도 만들어졌다. 우면산 내셔널 트러스트는 서초구가 주도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이 운동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