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전국 대학 평가] 순위 변동 얼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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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0년 대학평가에서 나타난 국내 대학들의 위상은 재정과 연구능력 등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요약된다.

교수들의 연구실적, 연구비의 대학간 편차가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일부 대학이 교육 여건 개선에 집중 투자하면서 10위권 안의 대학들도 순위가 바뀌었다.

◇ 약진과 추락=이화여대가 지난 98년 11위, 99년 10위에서 8위로, 부산대가 98.99년 15위에서 12위로 크게 약진했다. 교육 여건과 교수 연구 부문이 상당히 좋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화여대는 학생당 교육비 수준이 높고 학생을 위한 시설투자가 활발했다. 대학이 학생에게 주는 재정적인 혜택도 크게 개선됐다.

부산대는 교수 연구 부문에서 지방 국립대 가운데 수위를 차지했다. 2002년부터 연봉제.연구 업적 평가제 실시를 앞두고 우수 논문 제출, 왕성한 연구비 수주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24위에서 18위로 오른 인제대는 교육 여건과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에서 성적이 두드러졌다.

반면 서강대는 지난 98년 6위, 99년 7위를 기록했으나 이번 평가에서 10위로 낮아졌다. 교육 여건 부문 중 ▶교수당 학생수(전체 대학 평균 36.61명)▶교수 확보율(대학 평균 55.86%)에서 평균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연구시설 등 대학의 총량적 지표에서도 타 대학에 뒤졌다. 특히 교수당 학생수는 지난해 26.1명에서 38.65명으로 나빠졌다.

교수 확보율(겸임 교수 포함)은 지난해 47.2%에서 50.4%로 다소 늘었으나 타 대학의 개선도에 비해 뒤졌다. 재정 부문에서도 교육비 환원율(학생이 낸 등록금을 기준으로 따져 본 학생의 교육비 혜택)이 1백71%로 전국 대학 중 40위권 이하로 처졌다.

이와 함께 1995년 이후 줄곧 10위 안에 들었던 아주대가 하락한 것은 학내 분규가 장기화하면서 빚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교수 연구 부문 중 최근 3년간 과학논문 인용색인(SCI)에서 1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이 한 편도 없었다.

◇ 양극화 현상 뚜렷=10위 안에 든 대학들의 교수 연구.교육 여건.대학 재정 등 각 부문에서의 합산 점수는 30위권 대학에 비해 10배 이상 많았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98년 이후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 대학, 교육중심 대학 등으로의 기능 분화가 대학가에 절실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각 대학들이 자신이 지닌 장점을 찾아내 집중적으로로 키우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학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 정보화 부문은 상.하위권 대학간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대학들의 정보화 기반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 권역별 대학 위상=수도권.부산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에서는 국립대가 사립대를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권역별 우수 국립대들은 학생에게 등록금 등에서 사립대에 비해 더 많은 재정적인 혜택을 주고 있었다. 교수 연구 능력도 훨씬 나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남권의 경상대는 대학 재정 부문 중 교육비 환원율에서, 호남권의 전북대는 교육 여건 부문 중 장학금.연구시설 등에서 주변 대학들보다 앞섰다.

부산권의 고신대는 특히 중도 포기율(자퇴.미등록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비율)이 낮게 나왔다. 2003년부터 고교생의 숫자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기 때문에 대학들은 갈수록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역별로 우수 대학을 선정한 것은 같은 지역 내 대학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유사 학과 통폐합이나 비교 우위 학문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등 구조조정을 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다.

강홍준.윤창희.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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