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브호텔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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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일산 지역에서 비롯된 '러브호텔과의 전쟁' 이 전국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일산 신도시 주민들에 이어 한국YMCA가 러브호텔 퇴치운동에 동참함으로써 주민 생활권 보호운동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는 시민운동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어른들의 빗나간 애정행각.불륜의 온상이랄 수 있는 러브호텔 퇴치운동은 비록 늦었지만 확실하게 대응해야 할 우리 사회의 책무다.

러브호텔은 최근 10년새 두배로 늘어 전국에 약 1만곳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그 호텔들이 상업지역에 자리잡았다면 그나마 세태 탓으로 돌릴 수 있을지 모른다.하지만 주택가에 버젓이 파고들어 온갖 낯뜨거운 작태와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으니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그걸 보고 무엇을 배우겠는가.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실로 한심하다.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발뺌만 하고 있다.건설교통부는 도시계획법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지자체가 도시계획 수립지침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또 러브호텔의 주택가 진입을 막는 조항을 신설한다면 규제완화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교육부도 협의과정의 복잡성을 들어 학교보건법 개정에 미온적이다.지자체는 업자들의 눈치나 살피며 느긋하게 지방세 수입이나 즐기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건교부와 교육부는 러브호텔의 교육적 악영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속히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규제 강화냐 완화냐 하는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주민 생활공간에서 퇴폐업소 퇴치는 '건전한 사회' 를 위한 시민의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상수도와 하수도를 철저히 분리 처리하듯, 불가피한 퇴폐업소는 특정지역에 제한 설정하는 게 외국의 상례다.

도시계획법을 근간으로 하되 러브호텔.유흥주점 등이 주택가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학교보건법에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이런 모든 문제들을 '건교부.교육부.지자체 관련자들과 시민 대표가 함께 모여 법 개정과 대안 모색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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