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중앙일보에 바란다] 김정욱 연세춘추 편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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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나보다 먼저 이 땅에 태어난 중앙일보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1994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접해 본 '섹션신문' 이라는 생소한 형태, 비주얼한 편집은 그 후 내 머리 속에 중앙일보의 존재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한국 언론계에서 처음 시도한 섹션 신문을 보는 것은 하루 생활 중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도입한 전문기자들의 글도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 학보사 기자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중앙일보의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정보 제공, 깔끔한 편집은 대학신문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종이 신문뿐 아니라 전자신문의 역할도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인터넷 전자신문을 보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인터넷의 주 사용자인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독자들의 기호에 잘 맞는 것 같다.

그러나 35년의 역사를 갖게 된 중앙일보는 이제 '제3의 창간' 을 선언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취재와 편집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언론의 경쟁구도 속에서 유력 일간지로 남아 있다고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형식뿐만이 아닌 내용면에서도 타 일간지와 차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선 중앙일보가 아직도 '재벌신문' 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를 더욱 불식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취재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대학은 더 이상 일간지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대개 일간지 사회면 한구석에 조그맣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대학생들이 일간지의 시선을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과정 정도로, 과거 사회 여론을 조성하고 선도해 가던 대학생은 이제 고작해야 자본주의에 길들여지고 소비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연 과거와 달리 대학이 그만큼 밸류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중앙일보는 타 일간지처럼 단지 대학생의 행동을 한탄만 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이 다시 새로운 사회 개혁의 초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방향제시를 해야 한다.

언론의 시야 속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외면받는 노동자나 철거민, 농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도 중앙일보 기자들의 발길은 골고루 이어져야 한다.

중앙일보가 추구하는 '독자 제일주의' 가 여론 주도층이나 힘있는 독자만을 위한 독자 제일주의는 아님을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대학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나로서도 일에 치여 진지한 방향설정과 고민이 무척 어려움을 종종 느낀다.

하물며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없을 일간지는 더욱 더 현실에 매몰되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매일 매일에 충실하면서도 방향설정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진취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정욱 <연세춘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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