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단의 상처 지뢰] 전문가 의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1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하리 선착장 앞 갯벌.산책하던 안승철(37·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가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다.

함께 있던 아들(11)도 양쪽 발에 파편이 박혔다.지뢰가 장마철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곳까지 떠밀려온 것이다.

1998년 충남 태안에선 전화선 작업을 하던 한광석(38)씨가 지뢰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전방이 아닌 후방지역 중 지금까지 지뢰가 확인된 지역만도 충남 태안,전북 군산,성남 남한산성,나주 금성산 등 20여 곳(7만5천여발)이다.

부산 영도의 중리산 일대엔 6·25전쟁 전후 미군측이 매설한 지뢰가 곳곳에 남아 있어 개발은 생각도 못한 채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이 처럼 전후방을 가리지않는 지뢰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을 간다.

1972년 고향인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마을 뒷산에서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은 고준진(50)씨는 후유증과 가난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치료를 위해 전답을 팔다보니 집안이 풍비박산 났고 아버지는 사고 직후 화병으로 돌아가셨다.사고 직후 군부대에 보상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95년 국방부를 다시 찾았지만 “보상 시효가 지났다”는 말에 돌아서야 했다.

83년 자신이 경작하는 수박 밭에서 비에 떠내려온 발목 지뢰를 치우다가 오른쪽 팔이 절단된 이민상(67·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씨.지금도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그는 “아이들이 다칠까봐 인근 부대에 지뢰제거를 요청했지만 응해주지 않았다”며 “나몰라라 하며 보상을 안해주는 정부와 군 당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당국의 무관심·무대책 속에 방치되고있는 것이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에 따르면 6·25전쟁 후 민간인 지뢰피해자 1천여명 중 실제 국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은 사람은 3명뿐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98년 전국적으로 2백36t(9만8천3백31발)의 지뢰가 홍수 등으로 유실됐으며 이중 수거하지 못한 양이 3t(5천4백38발)에 달한다.

더 문제인 것은 사고발생 후 군부대가 현장 증거를 독점하기 때문에 책임 규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배상신청을 사고 후 3년내로 제한한 국가배상법도 장애물이다.

특히 민간인 통제선 안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폭발물 사고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정착했기 때문에 배상신청할 엄두도 못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