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20년간 입양아 부모 찾아준 김원보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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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한국 어린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은 자신의 '뿌리' 에 대한 애착입니다. 이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은 한인사회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 LA지역에서 20년 가까이 한인 입양아들을 위한 행사를 벌여온 한.미문화협회 김원보(金元寶.65)회장이 최근 내한했다. 자신의 부모를 꼭 찾고 싶다는 입양아들의 소원을 실현시켜보기 위해서다.

그가 가방 속에서 꺼내보인 30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서류에서는 입양아들의 절규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32년전 혼혈아를 가진 젊은 엄마가 세상을 살기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를 버린 엄마를 이젠 이해합니다. 그래도 나는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기다렸답니다…. " (로런 로스 레이스.33.한국명 이경희)

金회장이 한인 입양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 당시 캘리포니아 지역의 1천여명이 넘는 한인 입양아들이 아무런 민족의식 없이 모래알처럼 살고 있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다.

6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와 부동산업 등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金회장은 자비를 들여 한인 입양아 가족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만남의 자리를 갖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먹하던 아이들과 부모들도 금방 친해져 한국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이야기하게 되더군요. 해가 갈수록 참가자도 늘어 지난 3월 열린 행사에도 8백명이 넘는 인원이 성황을 이뤘습니다."

金회장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아 관련 단체와 정부측에 미리 협조를 요청하긴 했지만 막상 사람들을 만나보니 쉽지 않은 일임을 새삼 느꼈다며 "그래도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입양아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좋은 소식을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 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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