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보다 50년 앞서 온 서양인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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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박태근 교수

한국과 포르투갈의 400년 전 '인연'을 입증하는 조선시대 기록이 발견됐다.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된 비변사 문서인 '등록유초(謄錄類抄)'에는 '지완면제수(之緩面第愁)'라는 포르투갈인 이름이 나온다. 이를 포르투갈 원음으로 풀면 '주앙 멘데스'. 1604년 6월 15일 경남 통영에 표류한 멘데스는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의 제주도 표착(1653년)보다 50년 앞서 조선땅을 밟은 서양인이다.

기록을 찾아낸 박태근(71.관동대 석좌교수.명지대-LG연암문고 운영위원)씨는 "멘데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기록으로 볼 때 조선과 접촉한 사실상 최초의 서양인"이라며 "멘데스가 비변사에서 조사 받고 명나라로 송환됐다가 다시 마카오로 이송된 것까지만 현재 확인됐다"고 말했다.

'등록유초'의 멘데스에 대한 기록은 상세하다. "나이는 34세며, 포르투갈(寶東家流.일본식 표기) 상인이다. 그의 나라는 남만(南蠻.유럽)의 여러나라 중 하나며 옥.비단.금.은 등을 많이 생산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사를 했고 고국을 떠난 지 거의 15년이나 되었다. 연전에 마카오에서 캄보디아로 갔으며 다시 장사하러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일본배에 탑승했다가 조선으로 표류했다"고 적혀 있다.

멘데스가 탄 배는 일본의 최고 통치자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캄보디아 국왕에게 보내는 친서를 싣고 갔던 무장 외교선박이자 무역선이었다. 친서를 전달하고 일본으로 돌아오던 중 풍랑을 만나 통영에 표류했다. 조선 정부는 이 배에서 중국인 16명, 일본인 32명, 남만인 2명을 생포해 서울로 압송했다. 남만인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멘데스고, 다른 한 명은 멘데스의 시종으로 따라온 '흑인(海鬼)'이다. 마카오 사람으로 추정되는 흑인에 대한 기록은 없다.

박 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5일 통영시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통영(統營:三道水軍統制營) 탄생 4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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