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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돋보기] 파비우스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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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50년 11월 국군과 유엔군이 평안북도에서 중공군을 맞아 사용한 전술은 지연전이었다. 30만 병력의 중공군 남하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법이었다. 군사작전에서는 지연전을 후퇴작전의 한 종류로 친다. 후퇴작전은 다음의 작전을 위해 부대를 후방으로 이동시키거나 적의 앞에서 조직적으로 벗어나는 행동이다. 후퇴작전에는 ‘지연전’ 외에 ‘철수’와 ‘철퇴’가 있다. 적과 마주친 상태에서 뒤로 빠져나가는 것을 철수라고 한다. 적과 대면하지 않은 상황인 후방 지역에서 후퇴하는 것을 철퇴라고 한다. 후퇴 때 모두 군기와 사기를 확실하게 유지해야 한다.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하게 후퇴하는 것도 필수다. 지연전술은 기원전 3세기에 벌어졌던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로마의 장군이자 집정관이었던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가 처음 사용했다. 지금도 지연전을 가리켜 ‘파비우스 전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6·25전쟁 때인 1950년 10월 15일∼12월 15일 사이에 국군과 유엔군은 지연전으로 중공군의 공세를 막았다. 이 지연전에서 중공군은 2만5000명의 병력을 잃었다. 유엔군은 2500여 명 전사 했다. 그 덕분에 아군 10만 명과 피란민 10만 명의 흥남부두 철수가 가능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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