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임자도 해안 6천여평 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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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국에서 가장 긴 백사장(12㎞)을 끼고 있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서 호안 공사가 한창이다. 바닷가가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무분별한 모래채취가 이같은 환경파괴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모래채취를 둘러싸고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 침식상태=대광해수욕장 북쪽 도찬리의 야산이 바닷가쪽은 폭격에 잘려나간 듯 절벽을 이루고 있다. 밑둥을 드러낸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해수욕장 관리소가 지난해 호안 공사를 위해 측량한 결과 해안 침식으로 崔모씨 등의 밭과 산 6천여평이 바다에 잠겨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이용범(37)씨는 "30여년 사이 해수욕장 폭이 평균 3백m에서 2백50m로 줄어버렸다" 며 "최고 70~80m나 침식된 곳도 있다" 고 말했다.

신안군은 지난해부터 해안쪽 전장포.도찬리.대기리.하우리 등에 호안을 쌓고 있다. 임자면사무소에선 해안을 따라 10㎞ 가량이나 옹벽공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모래채취=대광해수욕장에서 육지쪽으로 30여m에 2천7백평짜리 잔디운동장이 있다. 이곳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높이 50m의 야산이었다.

인접한 하우리의 대규모 대파밭도 본래는 야산이었다. 해당화가 피던 언덕들도 늪이나 밭으로 변했다. 모래 채취를 위해 산이나 언덕을 통째로 들어내다시피 했다.

섬 전체 대파 재배면적 4백30㏊중 2백㏊ 이상이 모래채취 후 밭으로 변한 경우다.

임자도의 모래에는 규사성분이 많고 73년 모래채취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그후 약 30년간 한 해에 20만t 이상의 모래를 파 육지로 반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지선을 대기 위해 해안 모래도 무단으로 파냈다는 주장이다.

해경의 조사 결과 한 채광업체에서 99년 한해에만 불법 채취한 게 7만여t(9억5천만원 상당)에 이르기도 했다.

◇ 주민반발=임자도 청년회.부녀회.영농회.이장단 등은 임자사랑회(회장 강대흥.신안군의회 의원)를 구성, 무분별한 모래채취를 막고 나섰다.

군청을 항의 방문, 규사 채광 허가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안군은 지난 6월 대기리 밭 3천6백평에 대해 규사채취 허가를 내줬다 주민반발이 계속되자 주민과 협의해 착공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모래채취로 생업을 꾸리는 주민들과 임자사랑회측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강회장은 "바닷가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태에서 육지쪽 모래를 계속 채취할 경우 해수범람이 우려된다" 며 "체계적인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임자도는 신안군 지도읍에서 배로 20여분 걸리며, 1천4백50가구 4천5백명이 살고 있다.

신안=천창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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