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이용 인감 떼러갔다 허탕…민원 전산망 다운 피해와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12일 낮 12시쯤 서울 중구청 민원봉사실. 점심시간을 맞아 주민등록 등·초본을 떼려는 직장인 2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러나 창구 직원의 PC가 작동하지 않았고, 민원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다렸다. 시간이 급한 민원인들은 무인 민원발급기를 이용해 용무를 마쳤다. 위임을 받아 온 일부 시민은 서류 발급 신청자의 지문과 일치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중구 전산정보과 주민전산망 담당 강후희씨는 “무인 발급기가 없는 주민센터를 찾은 민원인의 불편이 컸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민원 발급 업무는 정상화 됐다.

회사원 박모(32)씨는 “점심시간에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서초구의 한 주민센터에 갔다가 오후 1시20분까지 기다리다 돌아왔다. 오후 3시에 다시 갔지만 여전히 발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경우 낮 12시쯤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서구 평리4동·내당3동·원대동·비산1동 등 4개 동 주민센터의 민원서류 발급 시스템이 올스톱됐다. 울산 동구, 울주군은 낮 12시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전국 36개 시·군·구에서 벌어진 민원인들의 불편은 오후 5시쯤 ‘자동업데이트 기능의 작동을 중지시키라’는 행정안전부의 조치가 내려진 뒤에야 해소됐다.

행안부의 이용석 유비쿼터스기획과장은 “민원 담당 공무원의 PC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는 과정에 백신이 공무원 PC와 정부 시스템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삭제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V3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부산·대전·경기도 등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업데이트시킨 V3제품군이 행정안전부의 일부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잠입해 중요한 개인정보를 빼가는 스파이웨어로 잘못 진단한 게 원인이었다”고 인정했다.

이 연구소 황미경 차장은 “V3엔진을 하루에도 수차례 업데이트한다”며 “이 과정에서 스파이웨어(Rogue.Viclear.2959872)가 설치하는 레지스트리 정보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오후 5시 스파이웨어와 행정 프로그램 등을 혼동하지 않도록 V3엔진 프로그램을 수정해 배포했다.

한은화 기자,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