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안(新案) 발표 이후] 가라앉던 아파트값 반전…주변 부동산 시장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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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신안이 발표되자 3년 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에 생기가 돌고 있다. 세종시 바로 옆 충남 연기군 금남면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황정일 기자]

12일 세종시 입구인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기자가 중개업소 이모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렸다. 대부분 서울 등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 전화였다. 이 사장은 “한동안 거래는커녕 투자 문의조차 없었는데 세종시 신안 발표를 전후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신안 발표 직전이었던 지난 주말에는 서울에서 10여 명의 투자자가 찾아와 세종시로 통하는 1번 국도변 땅이나 조치원 일대 미분양 아파트 등을 보고 갔다”고 전했다.

세종시 내 원주민 보상딱지(이주자용 택지를 받을 권리)를 찾는 투자자도 부쩍 늘었다. 연기군 금남면 대명공인 황의준 사장은 “대기업 유치가 포함된 세종시 신안으로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축소 논란 등으로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연기군 등 세종시 주변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투자 문의가 늘면서 완공 후에도 빈 집으로 남아 있던 미분양 아파트가 솔솔 팔려 나간다. 원주민 보상딱지 호가(부르는 값)는 최근 한 달간 두 배 이상으로 뛰는 등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삼성·한화 등 대기업 입주를 골자로 한 세종시 수정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개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불확실성 등으로 거래는 뜸하다.

입주 후 1년여가 지나도록 계약률이 꼼짝도 않던 조치원읍 죽림리 GS자이 아파트는 최근 한 달간 가계약을 포함해 20여 가구가 팔렸다. 인근 신안e편한세상 등 주변 미분양 단지에도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GS자이 여인용 분양소장은 “서울 등 외지인들의 계약 문의가 크게 늘었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아파트 값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죽림리 죽림푸르지오는 최근 500만~1000만원 정도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억5500만원으로까지 떨어졌던 109㎡는 1억6000만~1억65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원주민 보상딱지 웃돈은 상승 폭이 더 크다. 지난해 하반기 1500만원 정도 하던 것이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금은 3500만원을 호가한다. 금남면 행복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최근 매물을 거둬들이고 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엔 보상딱지가 2억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 움직임이 아직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명공인 황의준 사장은 “개발 기대감이 살아나고는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츰 시장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조치원읍 대우공인 김수진 사장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민들이 많지만 수정안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며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남면 G공인 관계자는 “세종시가 어떤 형태로 개발되든 이번 수정안 발표로 개발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늦어도 하반기에는 조치원이나 대전 등 인근 주택 시장과 1번 국도변 토지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당분간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나왔지만 정치적으로 해결이 안 된 데다 다른 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금남면 D공인 박모 사장은 “이번 수정안이 확정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개발 기간도 길어 떠났던 매수세가 돌아오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신중히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기업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세종시 신안이 이제 발표된 시점이므로 정치권의 움직임과 향후 사업 추진 속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기=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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