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식량차관 공여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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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차관(借款)공여 형태로 재개키로 북한측과 합의했다.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6월 쌀 15만t을 지원한 이후 처음이다.

남북한은 또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서신교환 추진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상봉을 실시키로 합의했다.

남북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전금진(全今振)북측 단장은 1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7개항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 보도문 형식으로 정식 발표했다.

다음 회담은 오는 27~30일 제주도 한라산에서 열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가뭄 등으로 인한 식량난을 솔직히 알리고 지원을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다" 면서 "북측은 무상(無償)이 아닌 차관 형태로, 몇년 안에 상환하겠다는 '특정 조건' 을 제시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군 포로.납북자 송환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공동 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을 위해 노력하? 쌍방 군사 당국자들이 조속한 시일 안에 회담을 열도록 협의키로 했다.

또 경제협력의 확대.발전을 위해 투자보장.이중과세 방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전문가 실무접촉을 9월 중 갖기로 했다.

양측은 또 경의선(京義線)철도 연결과 문산~개성간 도로 개설을 위한 실무접촉을 이달 중 열고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공동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앞서 朴수석대표는 1일 오전 함경북도 동해안 지역 초대소에 머물고 있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방문해 3시간 동안 조찬을 함께 하며 장관급 회담 진행 상황을 비롯한 남북간 현안을 논의했다.

金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15 공동선언 이행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북측 요청으로 이뤄진 면담에서 朴수석대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金위원장에게 전했으며, 金위원장도 金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고 밝혔다.

특히 金위원장은 조만간 15명 규모의 북한 경제시찰단을 서울에 보내는 한편 이번 추석 때는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과 방북 언론사 사장단에 자연산 송이버섯을 선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측 대표단은 공동 보도문 발표 뒤 이날 밤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서해 상공을 경유하는 직항노선을 따라 서울로 돌아왔다.

이영종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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