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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서 다시 밤샘 "우린 양복 입은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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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양복 입은 고등학생이나 다름없죠.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연수원 2년차 김모(29)씨는 매일 오전 7시쯤 사법연수원 도서관에 나와 오후 10~자정까지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최종 평가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양복 입은 고등학생이나 다름없죠. 피가 마르는 심정입니다." 연수원 2년차 김모(29)씨는 매일 오전 7시쯤 사법연수원 도서관에 나와 오후 10~자정까지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최종 평가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변호사 민.형사 실무, 검찰 실무, 민사.형사 재판 실무 등 연수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응용하는 이 시험이 김씨의 향후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지금 취업을 위한 연수원생들끼리의 경쟁이 한창이다. 내년 초 수료하는 '예비 법조인' 970여명 중 판.검사에 임용되는 사람은 200여명 선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스스로 취업난을 타개해야 한다.

◆또 다른 '고시원'이 된 연수원=연수원생들의 생활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노동.여성.인권과 관련한 연구모임 활동이 저조해진 대신 '연수생 과외''변호사를 준비하는 모임' 등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모(30)씨는 지난 7월부터 두달 동안 고시공부를 하던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다시 들어갔다. 그는 "연수원 성적은 앞으로 인생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실업자 신세가 될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고시원을 찾는 연수원생이 100여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특히 지방대 출신에다, 법대나 상경대를 졸업하지 않고, 나이 든 연수원생 중 일부는 아예 판.검사의 꿈을 접고 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공인회계사 등 다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연수원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변호사 시장도 포화상태='변호사 사무실만 열면 돈을 번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 됐다. 2001년 사시 합격자가 1000명으로 늘어나면서 법률시장에는 판.검사나 대형 법률회사(로펌)로 나가지 못한 신출내기 변호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개업 변호사는 2000년까지 4000명 선이었으나 지난 6월 말 현재 68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연수생들은 기업체와 공공기관뿐 아니라 시민.사회.노동단체, 언론사와 종교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등 새 영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취업 지원에 나선 연수원=연수원 측도 취업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연수원 측은 다음달 11일까지 변호사 실무 과정 등의 특강을 마련했다. 연수원생들이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두고 연수원 측에 변호사 실무 교육을 부탁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실시하던 대법원.대검찰청 등의 견학을 없애고 '변호사 사무실.사무장 구하기''법정 예절' 등 실무 교육을 새로 편성했다. 또 과거에는 법무사의 고유 영역으로 분류돼 있던 '등기.호적 실무''공탁 보전' 등에 대한 강의도 연수원생들의 요구로 처음 생겼다.

전진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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