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장관급회담 주요 협의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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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전금진(全今鎭)북한 내각 책임참사 등 평양 장관급 회담의 남북 대표단은 30일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경협(經協)▶이산가족▶교차관광 등 비(非)정치.군사 분야는 급진전을 보았으나 ▶긴장완화 분야에서는 구체적 진전이 없었다.

◇ 남 적극, 북 속도조절〓남측 대표단은 오전.오후 회의와 별도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조목조목 마련한 협력방안의 보따리를 풀고 북측 반응을 타진했다.

전금진 북측 대표단장은 그러나 "남측 제안 중 마음에 드는 것도, 안드는 것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다 잘 될 것" 이라며 "다만 한꺼번에 될 수는 없다" 고 응수했다. 선택적으로 남북관계의 '속도조절' 을 해갈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1, 2차 장관급 회담은 인사하는 수준으로 하고 3차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이겠다" 고 했었다.

◇ 본격화된 경협 틀 짜기〓양측이 이번에 속도를 높인 분야는 경협쪽이었다. 투자보장.이중과세 방지 등 경협?제도적 장치를 위한 실무협상을 갖기로 합의한 것. 그간 남북 경협의 최대 걸림돌은 북측의 투자보장 문제였다.

북한 당국의 보장 없이 남북 기업간 개별 합작투자 계약만으로는 대북 투자 활성화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 朴수석대표는 대북투자의 안전판이 될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분쟁해결▶청산결제 등 4개 합의서 체결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런 장치들은 경제교류 활성화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6.15 공동선언 정신에 부합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측이 검토 중인 투자보장 합의서는 투자자 및 투자기업.합작회사의 영업활동 보호와 투자원금.과실송금의 보장, 북측의 수용.국유화에 대한 보호 등이 골자. 한 당국자는 "북측의 투자 관련 국내법인 합영법.외국인투자법.외화관리법에 우선하는 법적 효력을 합의서에 부여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고 했다.

◇ 이산가족 상봉 급진전〓朴수석대표는 29일 홍성남(洪成南)내각총리 주최 만찬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계속돼야 한다" 고 거듭 강조했다.

남측 대표단은 방북 전 "이산가족 상봉을 최대한 확대하라" 는 청와대의 훈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내 두차례 추가상봉에 합의, 하반기에도 감동의 상봉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기륜(朴基崙)한적 사무총장은 "시간이 촉박해 추석 상봉보다 9월말과 10월에 한차례씩 이뤄질 것 같다" 고 전망했다.

9월의 백두.한라산 교차관광은 북측이 적극 제안한 것.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대학교수 등 학자와 관광업계.항공사 대표 등으로 관광단 1백명을 선정할 것" 이라고 했었다.

◇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제기〓남측은 오전회의와 비공개 수석대표 접촉 등을 통해 비전향 장기수 북송에 따른 남측의 '국군포로.납북자 귀환' 촉구 여론을 전달했다.

북측은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다소 융통성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납북자는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 는 기존 입장을 고수,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 물꼬 튼 데 만족한 '군사 긴장완화' 논의〓朴수석대표는 "남북 정상이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군당국자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체제를 갖추기로 했었다" 며 군사 직통전화를 제의. 장관급 또는 실무급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안도 북측에 건네졌다.

우리측이 '국방장관' 회담이 아닌 '국방장관급' 회담이라는 명칭을 쓴 것은 의미있는 대목.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의 파트너로 북측 국방장관격인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상 대신 인민군에 대한 실질적인 작전.행정권을 가진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는 것.

서영교(徐永敎)통일부국장과 북측의 최성익 조평통(祖平統)부장 등 실무주역간의 물밑 접촉에서도 남측은 "군 핫라인 설치와 군당국자 회담으로 군 정보교환.인사교류.경의선 협력이 가능하다" 고 30일 밤까지 설득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측은 "민감한 군사문제는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고리" 라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북측 군부의 공감대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래서 구체적 성과는 차후 회담으로 미뤄지게 됐다.

최훈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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