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유통 1년여 앞두고 유럽 부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유로화의 공식 유통을 1년여 앞두고 유로권의 준비 움직임이 벌써부터 부산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가 시장에 처음 유통되는 2002년1월에 앞서 2001년 9월부터 동전을 유통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 이라고 보도했다.

ECB는 도입 초기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각국 금융기관에 유로화를 2001년 9월부터 지급하는 '프런트 로딩' 을 실시키로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CB는 이와 함께 2002년 1월 1일 은행 앞이 장사진을 이루는 것을 막기 위해 20여 종류의 소액 지폐 및 동전(스타터 키츠)을 2주 전인 내년 12월 17일부터 판매키로 했다.

유로화 유통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유럽 각국의 돈을 유로화로 바꾸는 일이 간단치 않다.

독일에 공급되는 유로화 지폐만 해도 43억장이다. 한곳에 쌓으면 에베레스트산의 50배 높이인 4백50㎞나 된다.

동전도 7만t에 달하는 1백70억개가 공급된다.

보안상의 문제도 각국 정부가 신경쓰는 대목이다.

독일은행연합회의 경우 유로화 수송에 연방군의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본법(헌법)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화폐를 폐기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경우 무용지물이 되는 지폐 28억장으로 비료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돈의 색소가 식물 성장에 적합치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 전액 소각키로 했다.

다른 나라들도 90년 당시 옛 동독이 지폐 3백76t을 한 소금광산에 콘크리트로 봉해 폐기하고, 동전 4천5백t을 녹여 알루미늄괴로 만들었던 사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담배.버스 승차권.지하철 승차권.음료수 자동판매기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독일 한 나라만 하더라도 10억마르크(약 5천1백억원)의 교체비용이 든다.

유로권 국가들은 내년말까지 자국통화를 사용하고 2개월간 유로화와의 공용기간을 거쳐 2002년 3월 1일부터는 유로화만을 사용하게 된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