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아이 노블레스 키드 키우기

중앙일보

입력


“아빠! 이번 쇼핑 때는 레고캐슬을 사고 싶어요. 게임기 보다 건전하고, 필요 없으면 사촌동생에게 주면 되니까 낭비는 아니에요. 책도 한 권 살래요. 제 미래에 대한 투자니까요.” 지난 5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박승안(44·목동)씨의 집 거실. 아들 연준(목원초3)군이 자신의 소비계획을 조리있게 말하자 박씨와 아내 이윤종(41)씨, 딸연수(한가람고2)양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씨 가족의 경우처럼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훌륭한 인격을 갖도록 격려하는 ‘노블레스(nobless) 육아법’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부자들의 경쟁력은 돈을 다루는 기술·매너

박씨는 박지성, 박찬호 등 유명인들의 자산관리를 담당한다. 그는 “내로라하는 부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경쟁력이 재능·돈을 다루는 기술·매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항공사 매너 전문 강사인 이씨도 부유층 고객들을 대하면서 ‘옷이나 말투에서 기품이 느껴지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박씨 부부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노블레스 육아법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했다.

박씨는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책임진다. 그는 매주 가족회의 시간에 쇼핑목록을 작성하게 한다. 목록에는 반드시 물건을 사려는 이유를 적어야 한다. 매달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입의 얼마를 어떻게 분배하고 투자하는지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박씨는 “투자와 소비의 차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꼭 필요한데만 돈을 쓰게 한다”며 “용돈 기입장 쓰기를 생활화하고 20년 저축계획을 세워 아이들과 함께 저축하고 돈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부자학을 가르치는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는 “자녀들의 지출습관을 체크하고 부자 스승을 정해 그들의 행동양식과 투자방식 등을 눈여겨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것과 정직을 강조한다. 어른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15도 정도 굽히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 그 덕에 아이들은 학교는 물론 동네에서도 인사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부자들이 참여하는 칵테일파티에선 사람들이 와인 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열심히 자신을 소개한다”며 “밝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사교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직은 존경 받는 부자가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씨는“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무조건 야단치지 말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말하도록 해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서를 통해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고 어법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도록 아이들을 가르친다. 매일 아침 등교시간보다 30분 먼저 가 책을 읽는다는 박양은 “부자들은 모두 독서광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책을 많이 읽으면 사교 모임이나 웃어른과의 만남에서 교양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문화적 소양과 글로벌 감각을 갖추는 것은 기본

부유층들은 예술과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닌다. 클래식· 그림·도자기·사교스포츠 등에 두루 관심을 두고 안목과 취향을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취향이 고급스러워지면 외모와 말투, 자세 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5년째 아들을 해외 고급 리조트 주최 캠프에 참가시킨다는 고미연(38·도곡동·가명)씨는 “강남 엄마들이 예전에는 생활수준이 비슷한 친구를 만들어주고 호텔과 오페라 등 각종 고급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뒷바라지 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높은 도덕성과 현명하고 알뜰하게 돈을 쓰는 습관 등을 가르쳐 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자녀교육 저자 방현철씨는 “과거 우리사회에는 ‘돈=더럽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부잣집 아이들은 돈을 함부로 쓴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귀족의 의무)’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문화적 소양 뿐 아니라 품위 있고 존경 받는 아이로 키우려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연아 이미지 컨설턴트도 “당당한 걸음걸이와 자신 있는 말투, 유머감각 등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진정한 ‘노블레스’”라며 “요즘 자녀의 이미지 변신, 자세 교정 등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설명]“노블레스 키드를 길러내고 싶다면 부모부터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박승안씨 부부는 ‘부모의 솔선수범’과 ‘긍정적인 사고’를 노블레스 육아의 핵심으로 꼽았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