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박찬호가 보내온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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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찬호가 메이저 리그 첫 홈런을 때리며 13승을 올리던 지난 25일. 공교롭게도 그의 생각과 마음이 정리된 편지를 한통 받았다.

그의 투구 모습만 화면을 통해 대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머리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편지 내용을 그대로 소개해 보겠다.

"(앞부분 생략)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리고 필요한 건 정신과 마음이지요. 야구는 정신력이 중요한 멘탈 게임이니까요.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바른 생각은 바른 행동을 만들지요. 바른 생각이란 긍정적인 생각+자신감이지요.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은 늘 즐거움을 만들 듯이 야구에서는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지요. 자신감!

대부분 선수들이 자신감을 어떻게 갖는지 잘 모르지요. 상대 타자를 아웃시켜야 된다는 자신감도 좋지만 근본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지요. ' 즉 내가 이 공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아주 강한 최상의 구질로 만들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지요. 이것이 바로 근본의 마음, 즉 1구 1구 집중하는 마음 가짐이지요. ' 경기 전 타자에 대해 연구하다 보면 어떤 공을 던져야 될지 알게 되고 마운드에 올라서면 오로지 어떤 공을 던질까 생각하고, 구질이 결정되면 오로지 1구만 생각해 1구에 집중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요. '

한명의 타자가 아니고, 한 게임도 아닌, 투수는 절대적으로 1구에만 집중하면 되는거죠. 이것이 내가 말하는 바른 생각이지요. 정신과 마음이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마음가는 곳으로 육체는 항상 따라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부담없는 훈련을 하면서도 더욱 강한 집중력과 진지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고 항상 작은 것 하나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정작 필요할 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죠. 특히 야구는 정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 운동과 정신 집중이 필요하지요. ' 사생활의 안정도 절대적이지요. 인간의 근본은 좋은 가정, 좋은 사생활의 습관에서 얻어지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안정된 생활이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요. 편안한 마음과 육체는 안정된 생활에서 얻을 수 있고 그러면서 만사에 자신감이 생겨나지요. 요즘 내가 마음 공부에서 얻은 생각들이죠. 나의 영원한 목표는 최고의 1구를 던지는 거예요. (후략). "

박은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목표는 삼진도 아니고 승리도 아니며 20승도 아니고 비록 공 하나지만 1구 1구를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지를 읽은 뒤 그가 이런 정신적 수양을 통해 승리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에 최근의 상승세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가 자신이 말하는 '바른 생각' 과 '바른 사생활' 이 최근 국내 모선수의 음주 운전 사고와 겹치면서 그가 야구의 메이저 리거 뿐만 아니라 인생의 메이저 리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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