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식재료 백과사전 펴낸 정영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현직 조리사들이 식재료 백과사전인 '식품조리재료학' 을 발간했다.

동료 조리사 11명과 함께 국내외 5백여가지 식재료를 모아 정리한 63시티 조리팀장 정영도(鄭永道.49)씨는 "30여년 조리사 생활을 하면서 식재료에 대한 자료부족을 안타까워하다 이 책자를 만들게 됐다" 고 말했다.

2년5개월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9일 첫선을 보인 이 책에는 식품재료의 특성.장단점.조리법 등에서부터 보관.관리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조리사들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교정작업을 하는 동안 근무가 끝나는 오후 10시에 모여 다음날 오전 3~4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간 때문에 출근 때 모두 눈이 충혈된 채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며 "묵묵히 견디면서 일해 준 동료 조리사들이 고마울 뿐" 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작업이 일시 중지되는가 하면 책을 발간할때쯤 갑자기 회사가 어려워져 발간 자체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자료 수집은 물론 처음 해보는 교정과 편집도 수월치 않았다.

"조리사로 일하면서 책을 내기가 쉽진 않지만 전문지식을 글로 남기는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이라고 밝힌 鄭씨는 "이 책의 단 한 줄이라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싶다" 고 덧붙였다.

그가 조리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6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인문계 고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 형편상 호텔에 취직한 그는 이후 프랑스 요리를 전공해 85년 63시티로 자리를 옮겼고 97년부터 조리팀장을 맡고 있다.

"조리사들의 안색만 봐도 그날 음식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는 그가 주방에 나타나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조리사도 손을 떨 정도다.

현재 수원여대 식품조리학과에 출강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쉽고 알찬 내용의 조리 관련 서적들을 출간할 계획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가 조리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는 그는 "음식이란 신이 내린 선물" 이라고 정의한다.

"먹는 일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것" 이라는 그의 꿈은 정년퇴직 후 자그마한 프랑스 음식점을 여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