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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산책] 脫産學習이 뭐꼬?

중앙일보

입력

G2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시대를 일컫는 말이지만
중국은 한사코 그럴 자격이 없다고 거부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과 중국'이 '중국과 미국'으로 바뀌고
또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엔 중국 G1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중국의 굴기(RISE)는 최근 하나의 추세처럼 굳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중국의 부상 배경엔 중국공산당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中共은 중국 굴기의 원동력입니다.
자연히 중국의 약진을 알기 위해선 중국공산당,
그것도 중국공산당의 강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짧은 가방끈이지만
틈 나는대로 중국공산당의 경쟁력에 대한
제 생각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탄없는 질책과 의견, 건의 모두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중국공산당의 경쟁력을
제 메일(scyou@joongang.co.kr)로 보내주시면 이 란에 소개해
중국에 관심을 갖는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기회를 갖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수 년 전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입니다.
저야 당연히 중국 외교부 관리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갖은 방법과 구실을 다 동원한 끝에
모처럼 저녁 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만찬은 보통 저녁 6시에 시작해 늦어도 8시 전에는 끝납니다.

한국식 습관은 이쯤되면 2차를 가는 것이지요.
소생이 비록 술은 못해도 어쩌다 잡은 기회를 놓치기 아쉬워
좀 더 나은 '꽌씨'를 구축코자 자리를 옮겨 한 잔 하자고 제의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퇴짜를 맞습니다.
'당신 테크닉이 부족해 그렇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저는 성공한 게 거의 없습니다.

다소 맥 빠진 제가 중국 관리들에게 묻습니다.
'저녁 먹고선 집에 가냐. 집에 가서는 무얼 하냐'고요.
중국 관리들 대부분은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넘겨버립니다.

헌데 하루는 비교적 친한 한 관리가 귀띔을 해 줍니다.
솔직히 말해 바쁘다나요.
무엇 때문에 그리 바쁘냐니까 '공부' 때문에 그렇답니다.

저는 당시 저녁 때 반주로 마시던 빼갈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선 사실 저녁 약속을 잡으면 1차로 끝나는 일이 아주 드물지요.
2차, 3차 옮겨 다니며 회사나 선후배 등을 안주로 삼아 씹고 또 씹다 보면
나중에는 그런 말 한 자신의 '입'이 한심하다 못해 불쌍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이상하게도
친형제도 아닌 사이에 모두가 '형님'과 '동생'으로 둔갑합니다.

아무튼 중국의 깨어 있는 관리들은 엄청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것도 모자란 모양입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청단(共靑團) 파벌로 분류되며
잘 나간다고 소문난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가
최근 다시 '공부'를 강조하고 나선 게 중화권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왕양은 최근 열린 광둥성 당위원회의 한 회의에서
'탈산학습(脫産學習)'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탈산학습이 뭐꼬?
'탈산'은 '재산을 처분하다'와 '산업현장에서 떠나다'란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물론 산업현장에서 떠난다는 얘기입니다.
즉 '하던 일 멈추고 공부만 하라'는 말입니다.

왕양에 따르면
광둥성의 모든 처장급 이상 관리들은
올해부터 '하던 일 멈추고 닷새 동안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왕 시간을 주려면 한 달 정도 주지 하는 관리들도 있겠지만
백성들이 내는 세금을 먹고 사는 입장에서 그럴 수는 없었을테고
5일 간 일 하던 현장에서 떠나 '탈산학습' 하라는 게 왕양의 엄명입니다.

물론 탈산학습을 할 시기와 방법은 관리들의 자유이지만
공부하거나 읽은 책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은 반드시 제출할 것을
숙제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왕양은 왜 '탈산학습'이 필요한가에 대해 한 예를 들고 있습니다.
난슝(南雄)시의 한 공업단지가 문을 연지 1년 만에
수십 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합니다.
헌데 그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난슝시가 공업단지 관련 관리들을
중산대학(中山大學)에 보내 관련 지식을 공부시킨 결과라는 것입니다.

돈 없다며 직원들 재교육에 소홀한 회사가 많습니다.
그런 회사는 장래에도 가망이 없겠지요.
중국공산당은 돈이 남아 돌아 간부들 교육시키는 게 아닙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음 회에도 중국공산당의 공부 이야기 더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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