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국민의 정부] 사회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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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의 정부가 펼쳐 온 새로운 시민민주주의 실험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과거에 비해 정책결정에 시민들이 참여 폭이 늘었고 그만큼 시민의 의견이 반영됐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정책실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했으며 참여의 기회도 넓혔다" 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의약분업을 예로 들었다.기초생활보장법은 정부 부처에서도 반대했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의약분업도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요구와 지지가 없었으면 애초 힘들었던 과제다.24일 발표된 독립적 인권위원회 설치 방안도 시민단체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개혁이란 측면에서는 집단이기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 측면이 있다.의료개혁도 의사.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이리저리 밀리는 모양새였다.

이해찬(李海瓚) 전 교육부장관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교육개혁도 교원단체와 교사들의 반발에 주춤거리는 인상이다.한국교총은 "교권 불신의 표현인 교원정년 단축과 대학의 자율경쟁을 무시한 BK21사업 강행으로 교단 황폐화를 초래했다" 고 주장한다.

의식개혁을 통해 사회를 개혁하겠다며 설립한 제2건국위도 관 주도 개혁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개혁의 경우 의료계.약계.시민단체가 합의한 정책을 수차례에 걸쳐 수정하면서 당초의 취지가 실종되고, 집단간 세력다툼 형식으로 변질됐다.더욱이 국민 모두에게 의료관행의 변화를 요구하는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데 준비가 너무 부실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하려는 자세를 보였다.청와대 비서진과 제2건국위.청소년보호위.여성특위 등 많은 위원회에 시민단체 출신을 포진시켰다.

하지만 형식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의사수렴 과정에 시민사회 대표들을 참여시켰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됐고,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모든 사안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김기식 실장은 대표적인 예로 옷 로비 사건을 들었다."온 국민이 의혹을 품었지만 정책결정권자가 외면하는 바람에 1년여의 개혁일정을 허송했다" 고 지적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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