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2% 부족한 행복이 100%짜리 행복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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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에드 디너·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
오혜경 옮김, 21세기북스
392쪽, 1만5000원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 적 읽던 동화는 이렇게 끝을 맺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에드 디너, ‘행복 연구의 선구자’라는 분은 좀 고약하다. 이렇게 ‘행복한 결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이후로 공주는 정말 행복했을까. 권태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속 썩이는 자식은 없었을까. 친절하고 늠름해 보이던 왕자가 술꾼이나 바람둥이는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이렇게 경고한다. ‘공주에게도 나쁜 일은 일어난다”고.

‘행복’에 대한 주제를 과연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과거 철학의 범주에서 다뤄지던 ‘행복’의 비밀을 캐려는 연구가 심리학·신경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돼 온 지 이미 꽤 오래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런 학자 중 ‘대표선수’격이다. 30여 년 전 그의 지도교수는 “행복을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절대 측정할 수 없어”라며 뜯어말렸지만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심리학 종신교수가 된 후부터 그는 이 연구에 매진해 논문만 200여 편을 썼다. 현재 여론조사 전문회사 갤럽의 수석과학자로도 있다.

이 책은 그가 일반 독자를 위해 쓴 첫 책이다. 그를 따라 심리학자가 돼 역시 ‘행복’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아들 로버트 디너도 힘을 보탰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해피 엔딩’에 어깃장을 놓을까. 답은 간단하다. 역경 없는 삶은 어림도 없다는 거다.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감을 얻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바람은 잊으라는 충고다.

남을 위해 일하는 데 내가 행복해지는 이유는 뭘까. 행복은 무엇인가를 소유하기보다 무엇인가를 할 때 찾아온다고 한다. 행복하면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 들어주고, 도와주려고 더 노력한다. 행복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안녕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물질적 자원보다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다. [중앙포토]

번역본의 제목인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원제는 『Happiness: Unlocking the Mysteries of Psychological Wealth』)은 그들의 ‘행복 이론’을 함축해 담았다. 몇 년 전 외신에 보도됐던 내용으로, 과학자들이 모나리자의 얼굴에 표현된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다. 보도에 따르면 모나리자의 얼굴에는 83% 정도의 행복한 감정과 17% 정도의 두려움과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 있었다는데, 적절한 수준의 행복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란다. “행복하지만 완벽하게 행복하지 않은” 정도가 진정한 웰빙이란다.

열정이 넘치고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가 실상은 비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실제 저자의 학생이었던 피터의 이야기다. 정서 장애가 있어 리튬이라는 약을 복용해야 했던 피터가 약을 끊자 피터는 항상 ‘최고조’의 기분을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지나치게 흥분해 필기를 할 수 없을 정도였고, 200명이 함께 수업 듣는 강의실에서 갑자기 일어나 “여러분 사랑합니다”를 외치기도 하던 그는 결국 퇴학당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수치심, 불안과 죄책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울려 살도록 도와주는 ‘안전 계기판’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물질적 풍요와 대비되는 개념인 ‘심리적 부(psychological wealth)’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재테크’에만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도 친밀한 관계, 건강, 성취감, 흥미로운 일, 삶의 의미, 만족감, 돈 등이 골고루 필요함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저자들은 행복의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긍정적인 태도가 인생 전반에 불러일으키는 결과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유전자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5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DNA의 역할이 크지만, ‘행복한 기질’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택하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왕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을 ‘밥벌이’라고 여기는 대신,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해석을 달리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일을 좋아하고 싶다면 소명을 가진 사람의 태도를 따라해 보기 바란다. 회사와 다른 직원들을 돕고, 일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넘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하는 것이다.”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이 분야에서 진척돼온 다양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했다. “행복한 직원이 창의적인 직원이다(직장에서의 행복)”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들이 더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경향이 있다(‘믿는 자들은 행복하다?’)등 흥미로운 대목도 적잖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의 바이블로 통하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닮은 점이 많다. 카네기가 경험과 통찰로 얻은 ‘긍정적 태도’의 위력을 역설했다면, 『모나리자…』 는 학자들의 통계로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긍정적 태도조차 유전자의 힘이라며 안타까워할 테지만, 그래도 ‘작은 변화’의 힘에 기대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인간관계론』을 이미 숙독한 이들에게도.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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