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재부의 금통위 참석, 공조와 소통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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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 8일 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석했다. 금통위가 생긴 이래 정부 측 인사가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 노조는 ‘관치 금융의 부활’이라거나 ‘한은 독립성의 훼손’이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선 정부의 통화정책 간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우리는 기재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에 대해 한은이나 시장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를 정부와 한은 간에 정책공조를 강화하고 소통을 개선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재부 차관은 당연직으로 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할 권한(열석발언권)을 갖는다. 다만 실제 금리 등 통화정책의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와 허경욱 차관이 한결같이 지적한 대로 통화정책의 최종 결정권은 금통위에 있다. 따라서 정부 측 인사의 참석이 곧 금통위의 독립성 훼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한은이 독립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정책과 완전히 동떨어져서도 곤란하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은 거시경제정책 면에서 공조와 협력이 불가피한 관계다. 그 필요성은 금융위기 이후 더욱 생생하게 증명됐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한은 사이에는 미묘한 의견 차이와 불협화음이 적지 않게 불거져 나왔다. 두 기관장이 언론을 통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쳐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일도 있었다. 공조와 소통의 부족에서 온 폐해다.

이제는 정부와 한은이 공개적으로 정책에 엇박자를 내거나, 밀실에서 만나 정책을 협의하는 관행은 불식할 때가 됐다. 그보다는 정부 대표가 금통위에 참석해 투명하게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되, 금통위는 이를 감안해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통화정책이 정부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기재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을 계기로 정부와 한은 간 더욱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이루어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