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문화가 생활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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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서울시내 곳곳에서 미디어와 컴퓨터 기술이 어우러진 멀티미디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미디어-시티 서울 2000' 이 그 것.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 2년 마다 두 달동안 열리는 '미디어 시티 서울' 은 컴퓨터.비디오.오디오.전광판 등에 예술가들의 기발한 창의력을 접목했다.

서울이 '넷 시티(net city)' 로 거듭남을 상징하는 "도시 : 0과 1 사이" 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미디어 혁명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담는다. 개막에 앞서 주요 행사를 알아본다.

다음달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미디어 시티 서울' 은 경희궁 근린공원내 서울시립미술관과 시립박물관, 서울 6백년 기념관을 주무대로 해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1급 큐레이터와 백남준 등 국내외 작가 2백29명이 참가, 모두 5개 테마로 나뉘어 최첨단 기술과 예술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들을 13개 지하철역과 시내 42개 전광판에도 전시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이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면 호랑이가 애니메이션으로 바로 나타나는 등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점도 특징이다.예산은 1백억원. 문의 02-772-9841~8,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는 (http://www.mediaseoul.org)

고건(高建)서울시장은 "이 축제를 계기로 서울이 세계적인 정보통신산업의 중요 기지로 자리잡을 것" 이라고 밝혔다.

◇ 지하철 프로젝트〓재독(在獨)전시기획자 유병학(柳秉學)씨가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함경아씨 등 27개팀이 참가해 서울 지하철역을 국제적인 문화 명소로 확 바꾼다.

지하철 2호선 환승역 12곳과 5호선 광화문역을 '공공예술가구전(public furniture)' 이라는 주제의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한다.을지로3가역내 환승로 양쪽에 설치되는 벽화 '서브웨이 코믹 스트립' 에서는 만화 속의 주인공과 동물의 캐릭터를 전시한다.

을지로 4가역에는 승차장 천장에 사람의 얼굴이나 개미를 그린 카드를 매달아 열차가 들어올 때 부는 바람이 '하하하' 라는 큰 글자를 만든다.

◇ 디지털 앨리스〓'디지털 문화의 주역인 어린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착안했으며 가족과 구경하러 온 어린이들이 이 공간에서 디지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주제는 '디지털과 나-만지기, 느끼기, 하나되기' . 어린이들이 행동함에 따라 전시물이 반응을 보여 관람만 하는 기존의 전시보다 재미를 느낄 수 있다.

'TV 개' 코너의 개집에 들어가면 '멍멍' 소리가 자동으로 나고 '나는 신발' 에 들어가면 환상적인 여행을 떠난다. 장소는 시립미술관이며 대니 로진 등 모두 25개팀이 참가했다.

◇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감성(eMotion)' 이라는 주제로 서울 6백년 기념관에서 진행되는 이 전시는 '미디어 시티 서울' 가운데 가장 활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테마. 관람자가 모든 전시물을 직접 즐길 수 있다.

남녀간 궁합을 알아보는 '러브 러브 테트리스' ,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를 자신의 동작에 따라 흉내내게 하는 '사이버 캐릭터 스튜디오' 등 다양하다.'관람객이 장미꽃 영상물 곁을 지나면 장미꽃 향기가 나는 특수효과 장치도 있다.

◇ 시티비전〓서울 야경 등을 보여주는 천연색 전광판.

상업용 화면들을 바쁘게 내보내는 전광판에 영상예술 작품을 상영해 도시인들이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게 한다.40분 간격으로 45초 정도 전광판 42개에 나가는 작품들은 25개팀의 건축가.영화감독 등이 기획했으며 삭막한 도시 생활에 정감있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 미디어 아트 2000〓백남준 등 국내외 정상급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미술 전시로 미디어 아트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난 40여년간 만든 작품 중 45개를 엄선해 현대 미디어 예술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장소는 시립박물관.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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