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인의 날] 노인 60%가 "나는 하층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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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노인의 날(2일)을 맞아 펴낸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8.7%에 달했다. 2026년이면 노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현상은 특히 농촌 지역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경남 의령군과 남해군으로 24.7%씩이었다. 또 30개 시.군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충남.경북의 노인 비율이 특히 높았고, 산업도시인 울산과 젊은 연구원이 많은 대전은 노인 비중이 낮았다.

노인들의 생활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해 자녀들이 준 돈을 포함해 소득이 있는 노인 가구는 64%에 불과했다. 소득이 있는 노인 중 현재 소득에 만족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고, 52%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노인 부부의 월 소득은 103만원으로 청장년층가구 소득의 37%에 불과했다. 노인 10명 중 4명만 자신이 중산층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6명은 하층이라고 평가했다. 노인들은 건강과 경제적 능력, 소외감을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았다. 구체적으론 목욕하는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인 학대의 유형 중에선 무관심과 냉대가 불평이나 핀잔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도 늘어나 지난해 60세 이상 노인 3600여명이 자살했다. 60대의 경우 자살이 사망원인 6위로 고혈압이나 호흡기 질환에 의한 사망보다 많았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0.4%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의 지원이 적은 데다 개인적인 노후준비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가구의 절반은 노후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청장년층의 부담도 늘어나 10년 전 12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하던 것이 올해는 8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부담을 의식해 노인의 56%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알아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답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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