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의 Wine&] “월드컵 덕 좀 볼까” 남아공 와인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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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2009년은 국내 와인 시장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해였다. 거침없이 증가하던 와인 수입량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와인 시장이 침체됐지만 변화의 바람도 거셌다. LG·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와인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 ‘직수입 와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고가 위주의 프랑스 와인은 칠레 와인에 수입량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렇다면 2010년 한국 와인 시장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와인 시장의 거품은 계속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백화점과 할인점의 할인 행사를 통해 방출된 와인 중 일부는 현지보다 가격이 더 싼 경우도 있었다. 2007년과 2008년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와인을 사재기한 수입상들이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와인을 내놓았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이마트·홈플러스 등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미국·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다면 와인 값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형 와인’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LG상사의 트윈와인은 지난달 29일 허영만 화백이 직접 와인 레이블을 그린 ‘허영만 와인’을 내놓았다. 경인년을 기념해 호랑이를 새긴 이 호주산 와인은 출시 전부터 예약이 밀려들며 인기를 끌었다. 이마트는 상반기에 한식에 맞는 ‘마리아주 와인’ 4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 와인 담당자와 국내 와인 전문가가 직접 유럽의 와인 생산자에게 의뢰해 ‘한국 시장에 맞는 와인’으로 개발한 제품들이다. 나라식품은 최근 모기업인 동아원㈜이 미국 나파밸리에 설립한 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만든 와인 바소와 온다도르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얼마 전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생산한 ‘로터스 빈야드’ 2007년산은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됐다.

올해 가장 눈여겨볼 와인은 남아공 와인(사진)이다. 수입업체들이 2010년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저마다 남아공 와인 수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아공 와인은 그 위상에 비해 한국에선 덜 알려져 있었다. 남아공 와인은 합리적인 가격과 빼어난 품질로 유럽에서 급성장해 왔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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