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4분기 실적이 유독 부진했기 때문에 증가율이 큰 것이다. 기업별로는 하이닉스·LG전자·한국가스공사 등 2008년 4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 28곳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멜라민 파동으로 2008년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오리온의 경우 영업이익이 7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화학(1217%)·LG화학(1011%)·대림산업(748%)·기아차(744%)도 대표적인 영업이익 증가 기업에 속한다. 반면 평산·현대상선·대한해운은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동기가 아닌 전 분기와 비교하면 4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3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4.4%, 순이익은 1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기업들은 4분기 들어 마케팅 비용 지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성과급을 나눠 준 것도 4분기 이익이 줄어든 요인이다.
3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기업으로는 아바코(764%)·LG패션(609%)·하이닉스(237%)가 있다. 롯데칠성(-97%)·CJ(-83%)·KT(-77%)는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4분기 실적이 전 분기에 비해 부진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있다. 4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 1분기부턴 다시 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많은 까닭이다.
대우증권의 조승빈 연구원은 “한동안 올 1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엔 실적 전망이 바뀌면서 실적 바닥이 4분기로 앞당겨졌다”며 “바닥을 이미 지났다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영업이익은 줄지만 매출액은 3분기보다 3.4%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원화 강세로 환율 효과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주요 수출주가 선전했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정작 실제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빠진 LG전자나 현대차의 경우 시장 눈높이에 맞는 4분기 실적을 내놓아야 시장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실적 시즌은 14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열린다. LG전자(27일)·현대차(28일)·삼성전자(29일)의 실적은 월말에 나온다. 주요 금융회사의 실적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