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탈출 … 상장사 영업이익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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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분기 실적 시즌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고편 격인 삼성전자 잠정 실적은 7일 공개됐다.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무난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음 주부터 본격화하는 실적 발표 본편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보제공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도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4분기 실적이 유독 부진했기 때문에 증가율이 큰 것이다. 기업별로는 하이닉스·LG전자·한국가스공사 등 2008년 4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기업 28곳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멜라민 파동으로 2008년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오리온의 경우 영업이익이 70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석유화학(1217%)·LG화학(1011%)·대림산업(748%)·기아차(744%)도 대표적인 영업이익 증가 기업에 속한다. 반면 평산·현대상선·대한해운은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동기가 아닌 전 분기와 비교하면 4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하다. 3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4.4%, 순이익은 1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기업들은 4분기 들어 마케팅 비용 지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성과급을 나눠 준 것도 4분기 이익이 줄어든 요인이다.

3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기업으로는 아바코(764%)·LG패션(609%)·하이닉스(237%)가 있다. 롯데칠성(-97%)·CJ(-83%)·KT(-77%)는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된다.

4분기 실적이 전 분기에 비해 부진하긴 하지만 아직까진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앞서고 있다. 4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 1분기부턴 다시 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많은 까닭이다.

대우증권의 조승빈 연구원은 “한동안 올 1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엔 실적 전망이 바뀌면서 실적 바닥이 4분기로 앞당겨졌다”며 “바닥을 이미 지났다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영업이익은 줄지만 매출액은 3분기보다 3.4%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원화 강세로 환율 효과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주요 수출주가 선전했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정작 실제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빠진 LG전자나 현대차의 경우 시장 눈높이에 맞는 4분기 실적을 내놓아야 시장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실적 시즌은 14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열린다. LG전자(27일)·현대차(28일)·삼성전자(29일)의 실적은 월말에 나온다. 주요 금융회사의 실적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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