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마디에 ‘초콜릿 전쟁’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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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투자 귀재 워런 버핏(사진)의 절묘한 훈수가 다시 한번 국제금융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총출동한 ‘초콜릿 전쟁’에서다. 세계 2위 과자회사인 미국 크래프트는 지난해 9월 영국 캐드베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했다. 양 진영엔 미국·유럽 초대형 금융회사가 반으로 갈라져 맞섰다.

초반 캐드베리가 선전하자 5일 크래프트는 배수진을 쳤다. 알짜배기인 북미 지역 냉동피자 사업을 세계 1위 스위스 네슬레에 넘겼다. 캐드베리 인수를 위한 ‘실탄’도 마련하고 잠재 경쟁자인 네슬레를 아예 레이스에서 탈락시키자는 계산에서다.

탄력을 받은 크래프트가 인수가격을 더 높여 쐬기를 박으려 하자 버핏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크래프트가 M&A를 위해 증자를 하려 하자 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크래프트 최대주주(지분율 9.4%)다.

버핏의 발표에 캐드베리는 고무됐다. 최대주주가 증자를 반대하니 크래프트의 예봉이 무뎌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크래프트의 최대 경쟁자인 네슬레가 빠져버리자 캐드베리는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버핏이 크래프트의 증자에 제동을 걸어 인수가격을 높이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버핏의 훈수 이후 캐드베리 주가는 6일 0.9% 떨어졌다. 버핏의 제동으로 크래프트가 캐드베리 인수가격을 더 올리지 못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크래프트는 오는 19일까지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다급해진 캐드베리는 미국 허시와 이탈리아 페레로에 SOS를 쳤다. 이들을 M&A 레이스에 끌어들여 크래프트가 인수가격을 한 푼이라도 높이도록 압박하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크래프트로 기울었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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