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빅3' 박근혜·이명박·손학규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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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이명박서울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손학규경기도지사. [연합]

한나라당의 '빅3'가 1일 아침 국회에 모였다. 한나라당에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박근혜 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가 그들이다. 수도 이전 문제와 '서울시 관제데모 논란' 등 최근 정치권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자리였다.

김덕룡 원내대표 등과 '2억원 굴비상자'건으로 코너에 몰린 안상수 인천시장도 함께했다. 이 모임은 전날 김 원내대표의 긴급 제안으로 마련됐다. 최근 현안들에 대해 중앙당과 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따로 논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자 만든 이벤트였다.

한시간가량의 회의가 끝난 뒤 전여옥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고,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천도 방식에는 반대하며, 지역균형 발전.지방 분권을 추진하고, 충청권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한다는 4개 항에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 물론 세부 사항까지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아니다. 회의에서 이 시장은 "당 정책위가 대안으로 마련한 충청권 행정특별시안은 국가경영의 이중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도 "지금은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이전 반대 자체가 중요하다"며 "수도 이전은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직접 제시한 4개 항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근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강온파의 대립으로 리더십 도전을 받고 있는 박 대표로선 당분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한때 '서울시 관제데모 논란'에 무심하다며 중앙당에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시장도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확인한 효과를 얻었다. 다음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이 시장은 회의에서 "이번 국감 때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많아 바쁘다. 국감에 부지런히 출석해 입장을 알리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시.도지사들이 일을 많이 하려고 해도 여당이 자꾸 정치판에 끌어들인다. 여당 의원들이 (시청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보니 야당 같더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안 시장도 장시간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중앙당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눈을 크게 뜨고 사태를 주시하겠다"고 다짐했다. 당 관계자는 "이번 모임은 당의 실력자들이 협력해 여권의 공세에 정면 대처하겠다는 모양새를 갖춘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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