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인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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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비굴해 보여도 어쩌겠나.
연방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접이식 철제의자에는
엉덩이 끝만 간신히 걸쳤다.

여기는 조사실.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의자에 엉덩이를 제대로
붙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새파란 나이의 수사관이
책상 너머에서 눈을 부라리니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호통과 달램의 반복 속에서
누군들 무너지지 않을까.
낡아빠진 의자에선
연방 삐꺽거리는 소리…

가끔씩, 아주 가끔씩
접힌 의자를 번쩍 들고
버럭 지르는 고함 소리.
"바른 대로 말해!"

밤새 조사실 밖에는
야식그릇이 쌓이고
눈이 충혈된 수사관들은
해가 뜨면 목욕탕으로 몰려갔다.

과거
수사기관의 조사실에서
간간이 볼 수 있던
이 땅의 어두운 풍경.

영혼을 위협하고,
육체를 잠재우지 않아야
자백을 얻는다고 믿었던 시절이
다시는 다시는 오지 않기를.

*검찰이 피조사자용 의자를 접이식 철제의자 대신 사무용 의자로 바꾸기로 했다. 또 인권 침해 시비를 없애기 위해 밤샘 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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