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어머니 유품 받고 또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상봉 둘쨋날인 16일 남북 가족들은 각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며 못다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남쪽 가족들은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달러나 의약품.생필품 외에 가족의 육성을 담은 녹음테이프와 편지 등을 준비했다.

북쪽 가족들은 가족사진 외에 개개인이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괄적으로 준비해준 한복감과 술.한약재를 남쪽 가족에게 전달했다.

◇ 서울〓평양음대 교수 김옥배(金玉培.67)씨와 여운봉(66)씨는 어머니에게 한복감을 전달했다.

전날 첫 상봉장에서 어머니 鄭선화(94)씨가 충격으로 혼절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던 조진용(69)씨는 노모의 건강을 걱정하며 보약을 전달했다.

김동진(74)씨도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이 주신 선물" 이라며 동생들에게 '공화국에서 유명한 인삼약제' 를 챙겨왔다.

오길수(69.광주시 동구)씨는 북에서 온 맏형 경수(72)씨에게 지난 50년간 못다한 얘기를 담은 편지를 각종 선물과 함께 전했고, '주영관(72)씨는 남쪽 4남매가 50년 동안 대학노트에 꼼꼼히 기록한 가족사를 동생 영훈(69)씨에게 건넸다.

남쪽 가족들은 시집갈 때 주려고 준비했던 딸의 반지, 가족사진이 정리된 앨범, 부모님이 평소 애지중지하던 물건 등 두고두고 정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이 많았다.

◇ 평양〓남측 강성덕(72.여)씨는 북의 언니 순덕(75)씨에게 금목걸이.금반지.시계.밍크 목도리.속옷 등이 들어 있는 여행가방을 통째로 전달했다.

강씨는 "1.4후퇴때 9남매 중 유일하게 언니 혼자만 평양에 남겨놓고 내려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꼭 전하라고 했다" 며 어머니 유품인 등거리 털옷(소매없는 털조끼)도 전했다.

아내 최옥견(80)씨와 아들.딸을 북에서 만난 이환일(82)씨는 남에서 재혼한 부인이 자신의 목걸이를 녹여 마련해준 금반지 3개를 차례로 끼워줬고, 최성록(79)씨도 아내 유봉녀(75)씨의 손을 잡고 금가락지를 끼워주며 "내가 죄인" 이라고 통곡했다.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인 이재경(80.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씨는 1.4후퇴 당시 네살배기였던 딸 경애씨를 혼자 떼어놓고 떠나 가슴에 한이 맺힌 아내 민경숙씨의 애절한 편지를 딸에게 전달, 감동을 자아냈다.

채성신(73.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씨는 9세 때 헤어진 여동생 정열(62)씨에게 자신의 부인 등 다른 가족들의 육성녹음을 들려줬다.

김정욱.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