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북 상봉단의 '내 고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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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북측 방문단이 기억하는 남쪽 고향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지금은 하남시가 된 경기도 광주군이 고향인 安순환(65)씨.

"도시 개발로 농사지을 땅이 거의 다 없어졌다" 는 동생들의 말에 놀라며 "거기 향나무가 많았는데 하나도 없느냐" 고 반문했다.

安씨는 "나무를 베어다 장에 내다 팔곤 했는데…" 라며 "소달구지에 장작 싣고 다니다 소에 밟혀 생긴 흉터가 아직도 있다" 며 발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가산리가 고향인 崔상길(68)씨는 전쟁 전 마을 앞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당시 여주읍으로 통학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崔씨는 "늦잠이라도 자다 배를 놓치면 학교를 빼먹고 강변 따라 양수리까지 가서 놀던 기억이 새롭다" 며 나루터가 그대로 있는지 궁금해 했다.

崔씨는 보통학교 시절 자주 소풍가던 여주 신륵사를 거론하며 "절 뒤로 숲이 우거지고 마당 앞으로 남한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절경이었다" 고 회고했다.

'고향의 맛' 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콤하고 개운한 고들빼기 김치 맛을 못잊어 눈물을 흘린 적도 많다" 는 白남복(72)씨의 고향은 전북 전주.

그는 또 "콩나물.청포묵.미나리 등을 듬뿍 넣은 전주 비빔밥은 북에서는 좀처럼 먹을 수 없어 고향 생각을 많이 했다" 고 털어놓았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朴영만(69)씨는 "전주 비빔밥만 유명한 줄 아는데 진주 비빔밥도 대단하다" 며 "다시 고향에 간다면 비빔밥이나 냉면을 꼭 먹고 싶다" 고 말했다.

朴씨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몸을 던진 촉석루에서 동무들과 자주 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 덧붙였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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