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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CES 참석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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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2009년 9월 7일 독일 베를린

지난해 초 삼성전자의 완제품(DMC) 부문 총괄사장에 오른 최지성(59·사진) 사장은 유럽 최대 전자전시회인 ‘IFA 2009’ 현지에서 이 행사를 취재하러 간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3시간 넘는 마라톤 간담회에서 “(영업실적이 좋아졌지만) 아직 배고프다. 2012년에는 디지털 가전의 골든에이지(황금기)가 온다. 삼성전자 완제품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키울 절호의 기회”라고 의욕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 적자에서 반년 만에 종전 영업실적을 거의 회복한 때였다. 당시 최 사장에게서는 성공 가도 속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 2010년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의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개막을 앞두고 국내 기자 간담회에 나선 최 사장의 인상은 넉 달 만에 사뭇 부드러워져 있었다. “불과 1년 전엔 경기 침체로 생존을 걱정할 정도였지만 삼성전자는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 냈다”고 했다. “전 지역 전 제품에서 절대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욕은 여전했지만 과거 ‘독일 전차’처럼 휘몰아치는 분위기보다 유연한 자세가 느껴졌다. 최 사장은 “휴대전화·TV 분야의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부품 쪽에선 소중한 고객”이라는 말도 했다. 완제품과 부품 양쪽을 모두 맡은 단독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지난해 말 오른 뒤 생긴 변화인 듯했다.

최지성 사장의 넉 달 전과 지금의 모습은 달라져 있었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속에서 한 해 동안 극적인 영업실적 호전을 이끌어내 세계적 전자업체의 수장에 오른 자신감이 배어났다. 휴대전화·TV 같은 완제품 부문과 반도체 등 부품 부문을 총괄하면서 균형감각에 더욱 신경 쓰는 듯했다. 그는 올해도 좋은 실적을 낙관했다. 때마침 최근 사면 복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CES를 참관하는 것을 계기로 이 회장의 향후 역할에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올해도 호실적 이어 가”=최 사장은 올해 실적과 관련해 “자신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지난해 실적은 곧 공개되겠지만 예상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상 최고 실적을 암시했다. 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매출 135조원에 1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최대의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0’에 참가하는 업체들이 7일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한 면에 3D LED TV 9대씩 36대로 4면을 구성한 ‘3D큐브’를 설치했다(왼쪽). 마이크로비전이 5일 마련한 미디어 사전 행사에서, 애플 아이폰으로 보던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 띄우는 소형 프로젝터 ‘SHOWWX’를 시연하고 있다 (가운데). ‘패럿 A.R.드론’은 아이폰과 동영상 촬영 카메라를 와이파이(WiFi)로 연결해 주는 장치로, 4개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공중에 떠 있는 형태다(오른쪽). [라스베이거스 AP·로이터=연합뉴스]


최지성 사장은 “휴대전화 부문에서 판매량 2억 대,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 20%를 거두는 ‘트리플 투’를 달성했다. TV는 북미에서 점유율이 경쟁사의 두 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주요 거래처와 전략 제품들에 대한 가격 협상을 거의 끝냈다. 올해도 자신 있는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전 부문이 한때 삼성의 ‘천덕꾸러기’였지만 이제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로 TV나 휴대전화보다 크다”며 “이 부문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걸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통 강자인 반도체 분야는 “과잉 투자가 해소되고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어 짧아도 1∼2년은 좋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휴대전화·TV·반도체·액정화면(LCD)의 4대 주력 사업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기로 하고, PC·프린터·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가전·네트워크·이미징을 새롭게 키울 분야로 제시했다.

최 사장은 “세트(완제품)와 부품으로 양분했던 사업 구조를 1년 만에 단일 체제로 개편한 것은 스피드와 효율을 높여 공격경영을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뒤 매출 4000억 달러를 이룬다는 목표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CES에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신제품으로 내놓아 지난 한 해 250만 대 이상을 파는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1000만 대 이상 파는 것이 목표다. 이번 CES에서는 3차원(3D) TV에 주력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3D 칩을 자체 개발해 패널·칩·콘텐트로 이어지는 3박자를 두루 갖췄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안드로이드폰을 포함한 전략 제품 풀라인업을 공개한다.

◆이건희 전 회장 역할론=최 사장은 이 전 회장이 경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993년 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비교평가회의’에서 이 전 회장은 삼성 TV가 현지 전자제품 매장 한쪽 귀퉁이에서 먼지만 수북이 쌓인 모습을 일깨우며, 반성과 분발을 촉구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6월 삼성은 ‘신경영 선언’과 함께 대전환을 시작했고, 10여 년이 지난 오늘 삼성 TV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로 컸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 회장이 당분간 회사 경영보다는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걸로 본다. 하지만 당장 일선에 나서지는 않는다고 해도 대주주로서의 역할이 있고, 이 회장과 함께 해 나갈 일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독일 IFA 행사 때도 “전략적 판단에는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 전 회장의 복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서도 “이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오른 만큼 고객이나 세상과 직접 소통해야 할 것이고,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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