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안무가 마이요의 '로미오와…'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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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발레리나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지난해 9월 '코리안 발레스타' 공연에서 단연 화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춘희 '연기' 였다.

강씨의 뛰어난 테크닉은 국내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지만 정사장면을 포함해 배우 이상의 감정표현을 요구하는 현대발레 '춘희' 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의 연기에 관객들이 넋을 잃을 정도였다. 고전발레 레퍼토리만 보아온 관객들은 처음 본 현대발레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강씨의 춤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다면, 혹은 과연 국내 무용수들이 이런 농도짙은 안무를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관객이라면, 9월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을 꼭 한번 찾아봄직하다.

33세에 예술감독에 오를 만큼 천재 안무가로 일컬어지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이 1996년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1涌㈗?초청공연을 해온 현대발레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백조의 호수' 로 상징되는 고전발레에서는 끊어질듯 이어지는 회전과 힘찬 공중도약 등 테크닉을 강조하지만, '춘희' 에서 볼 수 있듯 현대발레에서는 고전발레 동작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무용수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감정표현에 보다 큰 비중을 둔다.

'로미오와 줄리엣' 도 마찬가지.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기 위해 때로 줄거리와 끊어지는 춤과 마임이 반복되는 고전발레와 달리 모든 동작을 춤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서 보여준다.

또 한가지 특징은 주역들 뿐만 아니라 군무들도 솔리스트급의 기량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군무가 엑스트라에 머물지만 마이요는 군무 무용수들까지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로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마이요는 자신이 책임지는 몬테카를로 발레단 이외에는 공연 허락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무를 소화해낼 수준급 무용수를 확보하고 있을 때만 공연을 허가하고 무대에 오를 때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이번 공연에도 몬테카를로 조안무자인 조반나 로렌조니와 의상담당자.조명 디자이너.기술 감독 등 스태프 6명을 서울에 파견해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 작품은 26년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매년 신작이 발표될 정도로 안무가들의 사랑을 받는 소재. 유명한 버전만 14편이며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쓰는 작품만도 10개에 이른다.

이번 공연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원 김용걸과 국립발레단의 스타 김지영, 이원국과 김주원이 로미오와 줄리엣 역에 더블 캐스팅돼 마이요가 새롭게 해석한 개성강한 인물들을 펼쳐 보인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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