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비비안 남상수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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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75세의 나이에 '세일즈맨' 이란 명함을 들고 지구촌을 누비는 중견기업 회장이 있다.

㈜비비안 남상수(南相水.사진)회장이 해외출장 길에 오를 때 쓰는 명함에는 회장이란 직함이 없다. 대신 '비비안 세일즈맨 남상수' 라고 적혀 있다.

南회장은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무역 실무를 과장급이 맡고 있어 회장이란 신분을 내세워 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진다" 며 "그냥 세일즈맨이라고 인사하면 대화가 훨씬 부드럽고 프로 대접을 받아 상담도 훨씬 잘된다" 고 말했다.

그는 국내 세일즈맨 1호임을 자부한다. 해방 직후부터 마카오 등지를 돌며 무역업에 발을 디딘 세일즈 터줏대감이다.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22년 동안(1973~94년)지냈으며, 지금은 비상임 고문이다.

한달에 한번 꼴로 해외에 나가 통역없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업무를 처리하는 南회장은 "직업과 취미가 세일즈" 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수출과 관련한 상만도 동탑.은탑.금탑 산업훈장과 대통령 표창 등 네차례 받았다. 그는 40년 넘도록 브래지?란제리.스타킹 등 여성 속옷 생산만 고집해오면서도 늘 수출을 강조했다.

비중이 큰 일본 시장은 아직도 南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수행원도 없이 일본 오사카 등지를 돌며 시장 개척에 열심이다. 올들어 비비안의 수출은 지난해의 20%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南회장이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대목은 신용이다. 1954년 창업 이후 직원 월급을 단 하루도 늦게 준 적이 없다.

오일쇼크.외환위기 등 어려운 시기에도 제 날짜를 지켰고, 회사 제품으로 대신 준 적도 없다.

원.부자재를 대주는 2백여개 협력업체에도 납품대금 날짜를 어기지 않았다.

무역에선 '배상' 이 핵심이라고 南회장은 강조한다. 바이어와 만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1백% 배상해 주겠다고 안심시키면 거래가 쉽게 성사된다" 고 말했다.

수출했다가 클레임이 걸려 돌아온 물건은 직원에게 일부러 헐값에 판다. 그냥 줄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정상가격의 10%를 받는다.

南회장은 "클레임이 걸렸어도 입는데 별 지장이 없는 속옷이 많다" 면서 "원하는 직원에게 판매함으로써 불량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반성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는 취지" 라고 말했다.

비비안을 비롯해 남영산업.나남.남영가공.비비안인터내셔널 등 계열사가 있는데 모두 여성 내의류 관련 회사다.

가급적 은행 빚을 지지 않고 사업한다는 원칙을 지켜 비비안의 부채비율은 70%를 밑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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