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현대 앞날 좌우할 1주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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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무덥다. 경제도 더위를 먹어 지친 모습이다.

현대사태와 금융권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간을 끌자 경제 주체와 시장의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던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자 지난주(4일)증시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중 자금은 여전히 제대로 돌지 않고,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걱정하는 기업들은 신규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에 더 신경쓰는 눈치다.

백화점 매출 신장세가 둔화되고 내구 소비재 출하가 감소세(6월)로 돌아서는 등 소비도 영향을 받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금주는 숨통을 틔워줄 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주초에 개각이 있다. 이번 내각 개편은 '경제팀 개각' 으로 불릴 정도로 경제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경제팀 앞에는 현대사태 해결.지주회사 방식의 은행 통합 등 금융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수술 등 기업 구조조정.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급격한 경기하락 방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경제팀의 리더쉽과 탄탄한 팀웍이 시급하다. 정치권의 경제 흔들지 않기와 책임지고 일하도록 하는 분위기도 중요하다.

현대그룹의 추가 자구계획 발표도 임박했다. 정부.채권은행단과 신경전을 벌여온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심각하고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자 대세에 밀려 자구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한달째 외국에 나가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귀국을 늦추면서 발표도 지연되고 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어떻게 처분해 현대건설의 자금난을 더는 데 쓰고, 다른 알짜 기업을 팔 것인지와 정몽헌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느냐가 관심거리다.

시장은 3월 이후 현대가 여러 차례 발표한 비스름한 자구책을 못미더워 한다. 단기적으로 '깔딱 고개' 를 넘기고 보자는 면피용 자구책은 시장의 불신만 키울 수 있다.

현대로선 정부나 채권단과 힘겨루기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를 믿도록 하는 것보다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더 급하다.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사업을 따내려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업체의 줄서기가 금주에 본격화할 것이다.

LG.SK텔레콤.한국통신.한국IMT를 중심으로 수백개의 중소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헤쳐모여 수주전을 펼칠 것이다.

12월 결산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이 상반기 영업실적을 보고하는 시한(14일)이 다가옴에 따라 금주에 많은 기업이 속속 영업실적을 공개할 것이다.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지만, 그래도 좋은 실적이 잇따라 나오면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름 휴가도 막바지다. 쉬면서 충전한 에너지로 새롭게 출발할 때다.

'소사장제' 형태로 움직일 새 경제팀이 더위 먹은 경제에 어떤 활력소를 불어넣을 지 기대가 자못 크다.

양재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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