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X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함민복(38) '긍정적인 밥'
어느날 시인은 바다같이 넓은 마음이 된다. 시집 한권의 인세면 굵은 소금이 한 됫박, 시집 한권 값은 국밥 한 그릇, 시 한편이면 쌀이 두 말…. 참 계산도 척척 잘하고 있다마는 그런 계산법으로 시인이 배부를 수도 있는 것이구나 여겨지기도 한다마는 왜 함민복의 풀먹는 토끼같은 눈이 자꾸 떠올려지는 것인지. 나는 바다가 못되어 이 시를 읽다가 마음이 상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