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입찰 기피 물건 잘 고르니 '황금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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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법원의 경매 관련 서류나 경매 정보지를 보다 보면 '법정 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 '우선순위 임차인 있을 수 있음' 등 가능성을 표현한 글귀를 만나게 된다.

이는 대부분 시간이 없어 정확한 권리관계를 확인하지 못해 그렇게 표현해 놓은 것이다.

입찰 참가자들은 이같은 글귀를 보면 우선 '골치아픈 물건' 이라고 생각하고 입찰 참가를 기피한다.

이런 물건은 자연 몇차례 유찰이 되면서 최저 입찰 가액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물건의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입찰에 참가하면 싼값에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건축업자 金정민(50)씨가 바로 이런 식으로 돈을 번 케이스. 평소 외국인 대상 임대주택사업 적지로 알려진 서울 한남동에 임대주택을 지을 부지를 물색하다 부동산경매컨설팅업체를 통해 지난 2월 이곳에 법원 경매에 오른 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물건은 1백5평의 나대지로 최초 감정가격은 7억5천만원. 그동안 다섯차례 유찰돼 최저가격이 2억4천6백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터파기 공사를 하다 방치돼 '법정 지상권 성립 여지 있음' 이라고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권은 토지와 지상건물 소유자가 다른 경우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설정한 것. 민법 187조에 의거, 등기를 하지 않아도 물권을 취득했다고 인정되는 권리다.

지상권이 설정돼 있다면 토지 소유주는 지상권을 설정한 건물 소유주 등에게 땅을 사용한 대가(임대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땅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지상권이 설정된 땅은 그렇지 않은 땅에 비해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잘 팔리지 않는다.

한남동 땅도 이같은 우려로 일반인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金씨의 업무를 대행해준 컨설팅업체의 의견은 달랐다.

한남동 땅은 터파기.기초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미 지상권이 설정됐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실제로 金씨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구청.등기소 등에서 이 땅에 지상권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그동안 들인 공사비가 문제지만 金씨는 어차피 이 땅을 구입한 뒤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공업체와 협상하면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 지난 6월 3억8백만원에 낙찰했다.

터파기 공사를 한 업체에 공사비로 8천5백만원을 주고 해결했다. 등기비.컨설팅비 등 부대비용은 1천여만원. 총비용은 4억3백만원이었다.

이 땅은 9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권리분석 한번 잘해 5억여원을 번 셈이다.

그는 요즘 이곳에 외국인이 좋아하는 근사한 주택을 지어 전세금을 받아 노후를 즐길 꿈에 부풀어 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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