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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스키 스캔들 2000년 대선 화약고로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이 2000년 대선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이 정책대결과는 별도로 '대통령의 품위와 도덕성' 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르윈스키(사진)는 고어 부통령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공화당은 8년간 클린턴과 단짝을 이룬 고어를 클린턴의 분신으로 규정하면서 '이미지 중복' 작전을 쓰고 있다.

그 작전엔 부시 후보뿐 아니라 로라여사,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모두 동원됐다.

전당대회에서는 정.부통령 후보나 주요 연사 중 누구도 르윈스키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신 품위(decency).성실(integrity)같은 단어를 언급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미국 국민들은 다 안다.

결정판은 3일 저녁(현지시간) 부시 대통령후보의 수락연설이었다. 그는 군데군데서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비꼰 후 "나는 대통령직의 명예와 품위를 지킬 것을 서약한다" 고 강조했다.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도 가세했다. 그는 "부시는 백악관 입성 첫날 첫 시간에 (클린턴으로 인해 손상된)품위와 고결성을 복구할 것" 이라고 장담했다.

가장 고강도의 공격은 부시 후보의 어머니고 그 자신이 퍼스트레이디였던 바버라 여사의 입에서 나왔다.

그녀는 "대통령직은 매우 높은 기준을 강조하는 자리며 남편은 이를 지켰다" 고 강조하고 "나는 이 점에서 (클린턴에게) 실망하고 있다" 고 공격했다.

바버라 여사는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에 비추어 매우 어려울 것" 이라고 단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앞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계속 아들을 공격하면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공개할 것" 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부시 후보의 부인 로라 여사는 "남편은 백악관에 입성하면 명예와 권위를 지켜나갈 것" 이라며 클린턴과 힐러리, 고어 후보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르윈스키의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한 고어에게는 무척 억울한 얘기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고어가 이 걸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는 미 대선정국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필라델피아=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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