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교수
결핵(TB)은 Mycobacterium tuberculosis라는 균에 의해서 발생되는 박테리아성 감염질환이다. 수천 년된 이집트 미라에서도 결핵균이 발견되었던 것으로 볼때, 결핵은 인간과 오래된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결핵은 죽음을 부르는 병으로 간주되었으나 1940년대 중반 항생제를 통한 결핵의 성공적인 치료를 시작으로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결핵은 지구상에서 더 이상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일까? 결핵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면서 진단 오류와 처방 오류가 발생하게 되었고 환자들 또한 결핵을 더 이상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균의 특성상 결핵균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선 약물을 장기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완화되면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고 환자가 약물복용을 중도에 중단하는 등 정확한 처방의 문제와 함께 환자의 약물 복용에 대한 불성실의 문제가 반복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결핵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들에 내성을 가진 균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Drug Resistant TB)은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진다. 다수의 약물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을 MDR-TB (Multi-Drug Resistant TB)이라 부르고, 2000년대에 들어 결핵치료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약물에 내성을 가진 균들이 발견되어 이들을 XDR-TB(Extensively Drug Resistant –TB)라고 구분하게 되었다.
XDR-TB의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다고 한다. WHO 보고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81개국 9만 명의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물에 내성이 심각하여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XDR-TB를 가진 환자가 45개국에서 발견되었고 매년 약 50만 명이 이 내성균에 새롭게 감염된다고 한다.
결핵환자의 방사선사진
항생제의 발견 이후 30년이 넘도록 쉽게 치료가 가능했던 결핵균이 지난 반세기 동안 그 모습을 계속 바꾸고있고 이제는 현대의학이 치료할 수 없는 변종 박테리아까지 출현하게 된 이유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병원균이 진화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병원균들의 진화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라는 것도 직시해햐 한다. 내성균의 출현은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인간이 개발한 약물 때문에 만들어지는 모순같은 존재이며 이 새로운 병균을 죽이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그 신약에 대한 또 다른 내성균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끝없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연구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손쉽게 만들수 있는 약품들은 이미 개발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면 병원균들이 새로운 약에 내성을 습득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내성균들은 이미 새로운 약물에 대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속도는 계속 느려지고 있는 반면 내성균의 발생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과연 이 악순환의 끝은 어디일까? 더블액스(XX)등급 결핵균의 출현은 내성균들이 드디어 인간의 신약 만드는 속도를 추월하는 시점에 도달하였음을 암시하는 것일까?
김석진 교수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로 인류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나무·물·산(www.vsl3.co.kr)의 대표를 맡아 바른 식생활과 유익한 균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칼럼 게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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