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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국 구상 차질…진화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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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3일 오전 열린 당6역 회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강운태(姜雲太.광주 남).이강래(李康來.남원-순창).정범구(鄭範九.고양 일산갑)의원 등 초선 3명이 돌출사건을 일으킨 다음날이었다.

당 안팎에선 '徐대표 사퇴설' 이 나돌았다. 전날 초선들이 徐대표와의 전화통화조차 거부하고 미국행(국무부 초청)비행기에 올라 민주당이 단독국회 강행 전략을 포기한 책임론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徐대표 핵심 측근은 이를 부인했다. "徐대표가 감기몸살로 코피를 흘려 오후에 나오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고 말했다. 고령(80세)답지 않게 평소 건강을 과시해왔던 徐대표다.

하지만 徐대표는 '착잡하고 허탈한 심정' 이라고 한다. 이날 오후엔 의원회관에 나와 "어려운 때 어떻게 사표를 내느냐. 며칠 쉬고 싶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徐대표의 대한적십자사 총재설이 나돌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 지도부가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기에 매달리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 운영 구상을 헝클어 놓았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뒤 개각을 통해 집권 후반기의 새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金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의원도 "이번 파동은 야당시절에도 없었던 일" 이라며 "국회 운영의 전략 부재와 미숙함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 17석을 잡기 위해 대야 강공에 나섰던 총무단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내에선 레임덕(권력 누수)현상이 대두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선 3명을 징계할 방법이 경고조치를 빼놓고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제명.당적 박탈 등의 중징계를 내리기 힘들다.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의 지시가 먹히지 않으면 金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논란을 우려한 탓인지 청와대와 민주당은 사태를 서둘러 진화하려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단독국회가 굴러가기 힘든 걸 알고 출국한 것 같다" 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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