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기한 체험수학전 7일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수학은 복잡한 공식이나 외워야 하는 재미없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수학원리를 접하게 된다.

맨홀 뚜껑이 둥그런 이유(어느 방향으로 폭을 재도 일정해 구멍에 빠지지 않는다)나 달력을 걸고 옷걸이 못을 박을 때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을 구하는 일도 수학의 원리다.

이같은 수학원리를 기구와 실험을 통해 직접 체험하며 '수학의 나라' 로 나들이하는 코스가 '아하! 신기한 체험 수학전' 이다.

세계 수학의 해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개최를 맞아 현직 수학교사 모임인 '수학사랑' 이 주관하고 중앙일보 교육사업단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난달 28일 개막한 지 5일 만에 관람인원이 4만명을 넘어서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현장에서 인기를 모으는 몇 가지 전시물을 소개한다.

◇포물선 골프〓타이거 우즈처럼 멋지게 롱 퍼팅을 성공시켜 보자. 어려울 것 같지만 학교에서 이미 배운 포물선의 원리를 이용하면 '누워서 떡먹기' 다.

포물선 원리란 포물선에 직각으로 부딪쳐 튀어나온 물체는 항상 초점을 통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용, 공을 평행으로 벽을 향해 치면 백발백중 초점 위치에 있는 구멍 속으로 공이 빨려들어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에도 이용되는 포물선의 원리를 금방 알게 된다.

◇사이클로이드의 신비〓전시장 입구에 설치돼 있는 미끄럼틀을 이용하면 사이클로이드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미끄럼틀의 라인은 각각 다른 곡률(曲率)을 가진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원.포물선.직선.사이클로이드가 그것. 자, 이제 공 4개를 맨 위에서 동시에 굴려보자.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아마 대부분이 직선으로 생각하기 쉽다. 거리가 가장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사이클로이드다. 사이클로이드는 원이 한 바퀴 회전할 때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자취다.

그렇다면 왜 사이클로이드가 직선보다 빠를까. 직선은 경사각에 의해 중력 가속도가 일정한 비율로 낮아지는 반면, 사이클로이드의 각 지점에서는 중력 가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이 직선보다 낮다.

이 가속도에 의해 보다 빨리 속도가 증가하므로 사이클로이드가 거리는 더 길지만 시간은 더 빠르게 된다.

집을 지을 때 기와지붕의 곡선은 아름다운 모양만큼이나 조상들의 이런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 자연의 분포〓가운데가 불룩 솟고 양끝이 쑥 들어간 정규 분포 곡선도 전시장에 설치된 기구를 이용하면 쉽게 이해된다.

전시물에는 육각형 모양의 나무못이 같은 간격으로 박혀 있다. 이 판 위에서 작은 구슬을 굴리면 구슬이 결국 밑에 쌓이게 되는데 쌓인 모습이 놀랍게도 정규 분포 모양이다.

원리는 이렇다. 나무못에 부딪쳤을 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떨어질 확률이 같다. 한 끝으로 몰릴 확률은 낮아지는 반면 가운데로 몰릴 확률은 높아진다. 나무못의 간격을 좁힐수록 정규 분포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닮음의 세계〓수십개의 피라미드 중에 특히 유명한 쿠푸왕의 피라미드 모형이 전시장에 설치돼 있다.

자, 이제 탈레스가 비례를 이용해 피라미드의 높이를 잰 것처럼 쿠푸왕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보자. 지팡이의 높이와 피라미드의 높이, 지팡이의 그림자 길이와 피라미드의 중심에서 그림자 끝까지의 길이 사이의 관계를 이용하면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할 수 있다.

지구의 둘레도 한번 계산해 보자. 지금부터 2천년 전 에라토스테네스는 특별한 기구 없이 수학의 힘만으로 지구의 크기를 계산해 냈다.

그는 하지(夏至) 날 정오에 시에네 지방에서는 태양광선이 평행하게 비치는 것을 이용해 비례식을 세워 지구 둘레의 길이를 구했다.

◇톱니바퀴로 구하는 최소공배수〓톱니바퀴를 이용해 두 수의 최소 공배수를 구할 수 있다.

12와 18의 최소공배수를 구하려면 사진처럼 톱니가 12개, 18개인 두 개의 톱니바퀴를 판에 끼운다.

이때 양쪽 톱니바퀴에는 한 톱니씩 노란색을 칠해놓고 그 톱니끼리 맞물리게 한다.

이어 톱니를 회전시키면서 노란색 톱니가 다시 만날 때까지 두 톱니가 몇 번 회전하는지 세어본다.

12개 톱니는 세 바퀴, 18개 톱니는 두 바퀴다. 따라서 12×3〓36, 18×2〓36. 즉 톱니가 36개 돌아갔으므로 최소공배수는 36이다. 이처럼 수학의 세계는 오묘하고 재미 있다.

행사를 준비한 수학사랑 대표인 장훈(휘경공고)교사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추상화돼 있는 수학을 배우기 때문" 이라며 "여러 가지 도구와 실험기구를 통해 수학적 원리를 느끼고, 충분히 이해한 다음 내용을 정리해 간다면 수학에 대한 어려움을 훨씬 덜고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7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펜싱경기장에서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문의 02-422-3514.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