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문화 CAFE] 완벽한 아내들, 그런데 왠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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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프랭크 오즈 주연 : 니콜 키드먼.매튜 브로데릭.베트 미들러 장르 : 코미디 등급 : 15세 관람가

홈페이지 : www.stepford.co.kr 20자평 : 완벽한 아내를 꿈꾸는 남자라면 절대 관람 불가.

동서(東西), 그리고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다 똑같은 게 남자들이다. 출세가도를 달리는 아내를 위해 스스로 집안에 들어앉아 살림을 택하는 남자가 생겨난 이 시대에도 남자들, 아니 남편들의 꿈은 한가지다. 예쁜데다가 말도 잘 듣고 살림까지 잘하는 현모양처 데리고 살기다. 그리고 여기 꿈을 이룬 남자들이 있다. 바로 뉴욕 근교 스텝포드라는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다.

아내들은 하나같이 긴 금발머리에 바비인형 몸매를 자랑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미인대회 나온 여자들처럼 항상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 짓는다. 머릿속에는 온통 집안 꾸미기와 맛있는 요리 만들기, 그리고 남편 행복하게 해줄 궁리로 가득하다. 심지어 게이 커플의 아내 역할하는 남자도 이 마을에만 들어오면 정숙해진다. 한마디로 남자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이다. 남편을 200% 만족시켜주는 아내 덕에 남자들도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으니 아내들도 불만이 없다.

그런데 새로 이사온 조애너(니콜 키드먼)는 이곳이 왠지 수상하다. 잘 나가는 방송사 CEO였지만 해고당하고 넋이 빠져 남편 월터(매튜 브로데릭)의 권유로 이곳에 이사온 조애너는 이 마을의 완벽한 아내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 역시 외조를 마다하지않는 자상한 남편과 토끼 같은 아이들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야망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여자들이 모두 한때는 잘 나가던 전문직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과연 스텝포드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 있는 것일까.

아이라 레빈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스텝포드 와이프'는 1975년 처음으로 영화화됐을 때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도발적인 문제제기에서 별로 더 나가지 못했다. 단지 스릴러물에서 가벼운 코미디물로 바뀌어 보기 편한 영화가 됐을 뿐이다. 과장된 코믹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하는 니콜 키드먼뿐 아니라 베트 미들러.글렌 클로즈.크리스토퍼 월킨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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