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프로덕션 I.G 이시카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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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겔리온(극장판)' '인랑' 등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의 제작자로 유명한 일본 '프로덕션 I.G' 의 이시카와 미쓰히사(石川光久.42)사장.

지난달 30일 폐막한 제2회 부산 국제판타스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석한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신작 '블러드-라스트 뱀파이어' 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4억5천만엔(약 49억5천만원)을 들여 3년간 제작한 50분짜리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흡혈귀를 등장시켜 미군의 베트남전 개입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중학교만 나온 사람부터 도쿄(東京)대를 졸업한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있죠. 이 세계는 학력사회가 아니라 실력사회라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버틸 수 없습니다."

그는 "프로덕션 I.G는 감독들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그것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만들 수 없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같다" 고 말했다.

22세 때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다쓰노코 프로덕션에 입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그는 28세 때 프로덕션 I.G를 설립하고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게임, OVA(비디오 출시 전용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어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두각을 나타낸 인물.

지금까지 시도된 몇몇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그는 "부족하더라도 우선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경험을 갖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는 말로 조언을 대신했다.

이시카와 사장은 "열한살짜리 큰딸이 '아빠가 만드는 작품은 너무 어려우니 우리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 고 요구한다" 며 "나는 내 아이들이 '아빠의 작품을 이제 이해하게 됐어요' 라고 말할 때까지 작품을 만들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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