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제무대도 상호 협력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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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한은 지난달 2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첫 외무장관 회담에서 대외관계 및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제협력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남북한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반목과 대립을 일삼던 대결구도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남북한 외무장관은 실제로 27일 열린 제7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의 의장성명 작성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에 나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한반도의 화해.협력분위기가 국제무대로 확대된 첫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외교 당국자는 남북간의 국제협력에 대해 "북한의 대(對)미.일 관계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북한이 각종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이것은 북한-미.일간의 수교 및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정책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국제금융기관 등 국제기구 가입을 돕는 것은 장기침체에 빠진 그들의 경제재건에 필요한 외부 지원과 관련,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은 1997년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가입을 희망해 왔으나 최대 주주인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소극적이고 경제개방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는 이유로 북한의 가입을 반대해 왔다.

이제 한반도 화해분위기의 새로운 국면에서 북한의 ADB 가입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북한이 ADB에 가입하고 차관공여를 받으면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이 북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입 지원의 뜻을 밝힘에 따라 북한은 다자외교 및 대외경제교류를 확대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아태지역 역내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은 북한경제에 역동성을 제공해줄 것이다.

당장은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우리가 돕는 이런 형태가 부각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에서의 남북간 협력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엔을 무대로 전개되는 각국간의 이해분쟁에서 공동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으로 하여금 NGO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환경.무역마찰.기아 등의 국제사회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공동대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밖에 뉴욕이나 베이징(北京).방콕 등 남북한 공관이 동시에 상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남북한 대사들이 수시로 만나 협력을 논의하는 채널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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